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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속 피어난 타오르는 사랑

입력 | 2026-03-03 04:30:00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안나-브론스키-카레닌 관계에 집중
화려한 시각효과-폭발적 가창으로
금기 어긴 사랑-비극적 결말 극대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옥주현·왼쪽)와 브론스키(문유강)가 춤을 추는 장면.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7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은 러시아 제작사 ‘모스크바 오페레타 시어터’ 작품을 가져온 라이선스 공연. 2018년 한국 초연, 2019년 재연 뒤 세 번째 시즌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1992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로 만든 적이 있다. 이번 작품은 이와 별개로 러시아에서 2016년 초연된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와 볼거리로 유럽에서도 주목 받았다.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러시아 관객은 신나는 작품보다 고통과 우울 등 인간에 대해 사색하는 작품을 즐긴다”며 “이 때문에 브로드웨이보다 유럽 뮤지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체비크 연출의 말처럼 이 공연의 매력은 ‘자유와 행복’을 위해 촛불처럼 자신을 불태우며 달려가는 안나의 폭발적인 감정 분출과 비극적 결말에 있다. 19세기 러시아, 고관대작 카레닌과 결혼했지만 무도회장에서 만난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져 황홀감에 젖는 대가로 커다란 고통을 받는 안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톨스토이의 방대한 원작을 2시간 10분 공연에 담아야 하기에, 극은 다른 여러 서사를 생략하고 안나와 브론스키, 카레닌의 삼각관계에 집중했다. 이런 과정들을 보여주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의 영상, 조명과 안무가들의 군무 등 여러 시각 효과로 무대를 채웠다.

클라이맥스는 2부 막바지. 안나가 더 이상 자신이 기댈 곳이 없음을 확인하고 고통 속에 ‘아냐 오블론스카야’를 노래하는 장면과 이어서 오페라 가수 아델리나 패티가 부르는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이여’다.

패티가 “후회 없는 사랑/날 쓰러뜨리네/내 사랑 그대여/죽음 같은 사랑”이라고 노래하고, 사교계의 모두가 자신을 따돌리는 가운데 감정의 막다른 길로 치닫는 안나의 슬픈 표정이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비극의 문을 여는 패티의 아리아는 ‘안나 카레니나’ 팬들 사이에서 서사의 기폭제이자 ‘이 한 장면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고 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극 중 농촌 생활에서 행복과 깨달음을 얻는 레빈과 키티 커플은 안나·브론스키 커플과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두 커플은 주어진 환경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덕목이던 농촌 사회와, ‘더 좋은 자리’ ‘더 멀리 어딘가’를 원하며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 같은 현대인의 삶을 각각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환기였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보고 싶다면 원작 소설을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폭발적인 가창을 비롯한 무대 공연으로 전해주는 매력을 지녔다. 안나 역은 옥주현 김소향 이지혜가, 브론스키 역은 윤형렬 문유강 정승원이 출연한다. 카레닌은 이건명 민영기 백승렬이, 패티는 한경미 강혜정이 맡았다. 29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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