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대단지 ‘헬리오시티’ 정문 전경. 2026. 02. 23 뉴시스
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넷째 주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이처럼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쌓이고 있는 시장 상황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4월까지는 매물이 쌓이고 집값이 조정될 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4월 초에서 중순까지는 거래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월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양도세 중과가 실제로 시행되는 5월 이후에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어 가격 안정 흐름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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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1865채 규모 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최근 이 단지에서 나온 전용 84㎡ 매물은 최초 호가가 48억 원이었으나 25일 40억 원으로 8억 원 내려갔다. 지난해 12월 48억 원까지 거래됐던 아파트지만 지난달 45억 원, 41억 원으로 연이어 하락한 가격에 거래가 되며 호가도 함께 낮아진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주변 지역에 다주택자 매물이 쌓이면서 다주택자가 아닌 집주인들도 빨리 처분해야 하는 경우 호가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가 주택 밀집 지역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매물 호가는 최근 49억~51억 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이는 이달 초 동일 평형이 57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억 원 넘게 낮다. 서울 용산구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호가가 51억 원 수준이라면 적어도 46억 원까지 10% 정도는 호가를 낮춰야 매수 문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권 매물 증가세는 4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면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 계약을 마치는데 3, 4주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매수자들이 현재 호가 대비 최대 15%는 낮은 매물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강남권 안에서도 가격 조정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며 “4월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하락 거래가 쏟아지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데다 대출 규제로 매수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담을 받는 집주인 중에는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다 보니 매수자 자금 사정에 맞춰 가격 조정을 더 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상승세 둔화
다만 강남권 이외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강서구 아파트값은 전주(0.29%) 대비 0.23% 오르며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은평구는 전주(0.07%) 대비 0.20% 오르며 상승 폭이 오히려 커졌다. 두 곳 모두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주택이 많은 지역이다. 5월 10일 이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일 경우 가격 하락 흐름이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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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으로 서울 집값 오름세가 진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배경으로 수도권 집값의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 등을 꼽았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