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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최형우 “18년간 가슴에 사표 간직… 삼성서 후회없이 마무리”

입력 | 2026-02-26 04:30:00

10년만에 日 삼성캠프서 훈련
“안방경기 첫 타석때 눈물날 듯… 삼진 당해도 팬들 이해해 주길”



최형우가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최형우는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수비에도 나서고 싶다”고 했다. 삼성 제공


“내 프로 인생을 처음 시작한 이곳에서 끝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최형우(43·삼성)는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 3루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덤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카마 구장은 삼성이 2005년부터 20년 넘게 스프링캠프 장소로 쓰고 있는 곳이다.

200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1군 무대에서 불과 8차례 타석에 들어선 후 2005년 방출됐다. 때마침 창단한 경찰청에 입단해 2007년 퓨처스리그(2군)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삼성에서 뛸 기회를 다시 잡았다.

18년 전이던 2008년 이맘때 당시 25세의 최형우는 아카마 구장에서 밤늦게까지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최형우는 “매 타석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그땐 많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지옥 훈련을 견뎌낸 ‘방출생’ 출신 최형우는 그해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6, 19홈런, 7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1을 기록하며 당시 최고령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거포로 꾸준히 활약해온 그는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자신의 야구 인생의 출발점이 된 아카마 구장으로 돌아왔다. ‘삼성 왕조’ 시절 4번 타자로 활약하다 2016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로 떠났던 최형우는 지난해 12월 삼성과 2년 총액 26억 원에 FA 계약을 했다. 최형우가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아카마 구장을 찾은 건 10년 만이다.

최형우는 다시 찾은 이곳에서 18년 전의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도 여기(가슴)에 사표를 넣어놓고 뛴다. 그래야 후회 없이 뛸 수 있다”고 했다.

최형우는 이날 인터뷰 내내 ‘마지막’이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 하지만 그의 기량은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이다. 최형우는 지난해 KIA에서 타율 0.307, 24홈런, 86타점, OPS 0.928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에서 그보다 OPS가 높은 선수는 4명밖에 되지 않았다. 최근 5년 연속 장타율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최형우는 이날 오전 내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타격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최형우는 “나이가 있다 보니 (몸 상태가) 한 번에 확 올라오지 않는다. 아직은 빗맞는 공이 더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막전에 맞춰 (100%로) 준비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형우의 합류는 지난해 팀 홈런 1위(161개)에 오른 삼성 타선에 파괴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시즌 홈런왕(50개)을 차지한 외국인 타자 디아즈와 재계약한 것에 더해 구자욱(33·19홈런), 김영웅(23·22홈런), 이재현(23·16홈런) 등 ‘한 방’을 갖춘 타자들이 많다. 최형우 역시 우승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형우 형과 함께 우승 반지를 끼겠다”던 강민호(41·삼성)에게 “내가 진짜로 끼게 해줄게”라고 약속했다. 한국시리즈에서 7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삼성은 2014년 마지막 우승 후 지난해까지 11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우승 가능성을 높여 왔다.

최형우는 다음 달 28일 삼성의 안방구장에서 롯데와 2026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최형우는 “타석에 섰을 때 내 응원가(김원준의 ‘쇼’)가 흘러나오면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눈물 때문에) 첫 타석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팬들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온나손=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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