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최가온은 이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져 일어서지 못했다. 의료진의 점검을 받은 뒤 스스로 파이프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한동안 주저앉아 있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아빠가 만들어주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하는 최가온이지만, 고통과 당황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극도로 예민해진 1차 시기 이후엔 아빠에게 투정을 부렸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 넘어지고 나서 (더는) 올림픽을 못 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엉엉 울었다. 그때 아빠를 만났을 땐 화도 냈다. 경기장 쪽으로 올라와서는 아빠 전화도 안 받았다. 그래서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최가온은 과거에도 이날 1차 시기에 시도한 기술을 펼치다가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아버지 최 씨도 딸의 몸 상태가 걱정됐다. 하지만 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딸이 단 한 번의 실패로 올림픽을 마감하지 않기를 바랐다. 당시 최 씨는 딸에게 “포기하지 말아. 이건 올림픽이니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말에 힘을 얻은 딸은 결국 3차 시기에서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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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2.13 ⓒ 뉴스1
최가온의 할머니는 자택에서 TV로 손녀가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가온은 “나와 아빠, 엄마가 (훈련 때문에)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다. 그때 할머니가 언니와 오빠, 동생을 돌봐주셨다. 가족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스키·스노보드 종목을 장기간 후원해온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이날 최가온에게 “2024년에 큰 부상을 겪었던 최가온 선수가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기만 바랐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에 큰 울림을 받았다. 긴 재활 기간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며 대한민국 설상 종목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최 선수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신 회장은 최가온이 2024년 스위스 락스 월드컵 도중 척추 골절로 큰 수술을 받게 되자 치료비 전액인 7000만 원을 지원했다. 최가온은 당시 신 회장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보냈었다.
리비뇨=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