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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송인호]잠재성장률 0%대 경고등, 후대가 기억할 오늘의 선택

입력 | 2026-02-12 23:15:00

일시적 경기 부진 아닌 경제 기초체력 약화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
현금 살포 정책으로는 미래 버틸 수가 없어
재정 지출 속도 방치하면 후대가 평가할 것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경제에는 ‘잠재성장률’이라는 말이 있다. 무리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경제의 속도다. 사람으로 치면 타고난 기초체력에 가깝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이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체력을 다시 예전처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 체력 저하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체력이 약해지는 속도보다 그 체력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의 엔진이 마모되면서 나아가는 속도는 느려지는데 재정 지출은 자동으로 불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 고령화가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질수록 선택의 여지는 줄어든다. 즉, 나이 든 인구가 많아질수록 연금, 의료, 돌봄에 들어가는 재정 지출은 이미 정해진 룰에 따라 자동으로 더 늘게 된다. 말하자면 앞으로의 복지 예산은 정부 설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인구 구조가 미리 결정해 놓은 비용에 가깝다.

숫자로 확인해 보자.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4∼5% 수준에서 2010년대 후반 2%대로 낮아졌고, 2020년대 들어 1%대로 떨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대 후반에는 0%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기 부진이 얼마간 지속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구 구조가 바뀌고 생산성 향상의 속도가 둔화하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다. 다시 말해 경제의 체력이 약해진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재정 부담까지 커지는 방향으로 시스템 자체가 옮겨가고 있다.

특히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보자. 2010년 11%였던 것이 2025년에는 20%를 돌파하며 우리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불과 15년 만에 고령인구 비중이 9%포인트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23%에서 29%로 증가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17% 수준에서 21%로 완만하게 올랐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참고로 2024년 말 기준 70대 이상 인구는 약 654만 명으로, 20대 인구 약 630만 명을 추월했다.

고령화는 복지 지출을 자동으로 늘린다. 연금과 의료비, 돌봄서비스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계속 증가한다. 제도가 지금처럼 유지돼도 재정은 점점 더 경직되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10년 7.4%에서 2024년 두 배 이상인 15.3%로 뛰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0.5%에서 21.2%로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미국은 19%에서 19.8%에 그쳤다. 일본과 프랑스는 애초에 복지 지출이 높았지만 증가 속도는 완만했다. 예산 구조를 보면 더 분명하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본예산은 2010년 81조2000억 원에서 2026년 269조1000억 원으로 늘었다. 약 230% 증가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6%에서 36.5%로 확대됐다.

여기에 저출산은 잠재성장률의 근간을 흔든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2024년 0.75명이었다. 지난해 0.8명으로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OECD 최저 수준이다. 노동력 감소는 생산성 혁신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하지만 출발선 자체가 무너지면 성장의 밑바닥은 더 낮아진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여러 차례 “세대마다 한국 인구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의 출산율이 지속되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인구와 성장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을 계속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금 살포는 단기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으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재정의 여력만 약해진다.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 인적자본 투자 같은 진짜 해법에 쓸 돈이 줄어든다.

‘잠재성장률 0%대’는 그저 전망이 아니다. 이미 켜진 경고등이다. 이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으면 후대는 우리를 무관심을 넘어 무지했던 어른으로 평가할 것이다. 국가 재정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속도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해법은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생산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그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재정 재배치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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