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판교 ‘포티투닷’ 본사 방문… 주행 데이터 학습-판단-제어 처리 ‘E2E 기술’ 탑재한 차량 직접 시승 테슬라, 소수 모델에 R&D예산 집중… 현대차는 수십개 라인업 동시 개발 “전체 그림 그릴 컨트롤타워 필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 일원에서 아이오닉 6 기반 자율주행 차량에 직접 탑승해 기술 수준을 점검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바로 이 E2E 기술로 테슬라는 11월 국내에서도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자율주행 시장을 독주 중이다. 테슬라 차량이 운전이 험하기로 소문난 부산에서도 부드럽게 운전을 이어가는 영상에는 “기술 격차가 적지 않다”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룹 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총괄하던 송창현 사장까지 이달 초 물러나면서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다. 그 가운데 이뤄진 정 회장의 현장 점검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레거시의 짐’ 안고 뛰는 불리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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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두의 ‘아폴로 고’도 레벨4 자율주행 누적 거리 2억4000만 km를 넘어섰다. 현대차-앱티브 합작사 모셔널이 7월 기준 1억6000만 km를 갓 넘긴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주행 데이터가 AI 성능을 좌우하는 특성상,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레거시 기업의 딜레마’를 원인으로 진단한다. 실제로 작년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현대차·기아 2.9%, 테슬라 4.6%, 비야디 7.0%였는데, 테슬라가 해당 R&D 예산을 소수 모델에 집중해 AI와 로보틱스를 끌어올리는 동안 현대차는 내연기관부터 수소차까지 수십 개 라인업을 동시 개발했다. 자원 분산이 불가피한 구조적 한계가 기술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다. 국내 모빌리티 업체 한 임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레거시 기업의 자율주행 전환 성공 사례가 드물다”며 “현대차·기아는 기존 내연기관차 개발과 전동화·자율주행 전환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 2025년, 추격자 아닌 개척자로 거듭날까
자율주행차 시장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한번 선점한 업체가 고객을 ‘록인(lock-in)’시키면 되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FSD 소프트웨어 판매를 구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 대표 A는 “자율주행은 윈도나 안드로이드 같은 OS 성격이 강해 한번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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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표준화 리더십마저 공백 상태다. 11월 7일 현대차, 삼성전자 등 65개 기업이 참여해 출범한 ‘SDV 표준화 협의체’는 2026년까지 자율주행 표준 마련을 목표로 했으나, 초대 의장 송창현 사장이 한 달 만에 사임하며 사령탑을 잃었다. 소프트웨어 API, 아키텍처 등 필수 표준을 정립해야 할 시점에 이를 조율할 리더십이 사라진 것이다.
범부처 자율주행 사업을 총괄하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의 정광복 단장은 “산업통상부는 SDV,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수집, 국토부는 실증 중심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처럼 부처별로 진행되는 것보다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