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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확정 숨기고 신규 원아 모집…법적 규제는 없었다 [e글e글]

입력 | 2025-12-16 17:52:27

‘입소 대기는 수개월’… 폐원 통보는 ‘2개월 전’



폐원 확정이 난 어린이집이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원아를 모집해 제도적 허점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생성형 AI 제작


폐원 확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신규 원아를 모집한 어린이집에 입소했다가, 한 달 만에 폐원 통보를 받았다는 학부모 사연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사전 고지’ 의무가 재원생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신규 등록 학부모의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린이집 “폐원” 숨기고 신규 원아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아이 입소 약 한 달 만에 폐원 통보를 받았다”며 “확인해 보니 관할 구청이 2023년 행정처분으로 폐원 결정을 내렸고, 원 측이 이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은 올해 9월 11일 대법원에서 ‘폐원’이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 A 씨의 자녀는 같은달 16일 입소했다. 그보다 한 달 뒤에 입소한 원아도 있다고 한다. 

A 씨는 상담 과정이나 대기 등록, 입소 확정 과정 어디에서도 ‘폐원’과 관련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교육부·관할 지자체에 문의했지만 “관리·감독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안내 뿐이었다고 한다. 관할 구청 아동보육 담당 부서는 “폐원 확정 어린이집이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신규 원아를 모집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폐원 2개월 전에만 통보하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게 정말 맞는지, 제도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에는 “폐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신규 원아를 모집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원장이 너무 무책임하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첫 어린이집이 두 달 만에 없어져 황당했다” 등 공감과 비판의 반응이 잇따랐다.

재원생 중심 ‘사전 고지’ 의무… 신규 보호자는 사각지대

이 같은 문제는 그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43조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을 폐지하거나 일정 기간 운영을 중단하려는 경우, 그 사실을 2개월 전까지 보육교직원과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 원장은 해당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영유아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영유아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이 규정은 이미 재원 중인 영유아와 보호자를 전제로 한 조항으로, 폐원이 확정된 어린이집의 신규 원아 모집 자체를 제한하거나, 상담·모집 단계에서 폐원 사실을 반드시 고지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해당 조항은 영유아보육법 제13조 제1항에 따른 ‘국공립어린이집 외의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적용돼, 국공립 어린이집의 폐원 절차와 고지 의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신규 입소 대기가 1년 이상 소요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폐원 통보 기간을 현행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현행 제도가 보호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원 확정 또는 행정처분 단계에서의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해당 기간 신규 원아 모집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21대 국회에서는 어린이집 폐지 또는 운영 중단 시 사전 통보 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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