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후 역시 시작은 ‘동네 스타’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동네 모임에서 족구를 처음 접했다. 박서후는 “성인이 된 뒤에도 아버지 사업을 도우면서 취미 생활로 족구를 했다. 이천시민족구단 등에서 선수로 뛰었다”면서 “당시에는 전국대회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준우승이나 3위는 꾸준하게 했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박서후가 전업 족구 선수의 길을 걷기로 한 건 2022년이었다. 대한민국족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디비전 리그를 만들기로 하면서 충북 진천체육회에서 족구 팀을 창단하기로 한 것. 박서후는 “진천군체육회 사무국장께서 일일이 선수들에게 연락을 돌려 ‘생거진천런’이라는 팀을 창단했다”면서 “우리 팀 선수들 모두 체육회 직원으로 등록된 완전한 실업팀”이라고 설명했다. 생거진천팀 선수들은 다른 종목 실업팀 선수들처럼 별도의 직업 없이 경기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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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J5 리그까지 있었는데 올해 J6 리그를 신설했다. 팀이 많아지고 여성과 청소년들의 참가가 늘면서 하위 리그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J6 리그에만 총 346개 팀이 있다. 실제로 J6 리그가 경기 숫자도 가장 많고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올해 J6 리그는 총 4140경기를 치렀다. 경기 숫자가 가장 적은 J2 리그(135경기)의 30배가 넘는 숫자다.
족구협회는 J1~J6 리그 전체에 걸쳐 승강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 만든 족구 팀도 실력만 된다면 J1 리그까지 올라올 수 있다. 올해 경남 함안군 J6 리그 우승팀 함안아라가야족구클럽의 이춘식 감독은 “팀원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생활체육으로 족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평일과 주말에 각 한 번씩 3시간 정도 훈련을 한다”면서 “하지만 열정은 대단하다. 상위 리그로 갈수록 잘하는 선수들도 많다 보니 팀원들도 항상 ‘빨리 상위 리그로 가서 실력이 더 좋은 선수들과 붙어보자’며 의지를 다지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승 상금 신설 같은 과제도 남아 있다. 족구협회 관계자는 “디비전 리그는 문체부 지침에 따라 공식적으로 상금을 줄 수가 없다”면서 “상금을 주려면 협회 예산으로 리그를 운영해야 하는데 아직은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족구협회의 자체 예산 확보율은 22.7% 수준이었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 “당구 등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 후원이 시작되고 중계권 등 수익 구조가 마련된다면 선수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당연히 상금 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상금 제도가 있으면 좋은 선수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족구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서 디비전 리그 후원에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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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