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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뇌졸중? 증세 양상 살피고 혈압부터 재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입력 | 2025-12-06 01:40:00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전조 증세 신속 파악이 가장 중요… 몸 한쪽 마비-언어장애 제일 흔해
극심한 두통에 토하면 뇌출혈 의심…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 많아
혈압이 돌연 치솟았다면 의심해야… 증세 사라져도 병은 진행, 검사 필수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전조 증세를 알아차리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고 후유증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조 증세의 양상과 유형을 잘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제공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눈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

뇌졸중의 90%는 고혈압성 뇌졸중이다. 뇌졸중을 피하려면 고혈압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고위험군이라면 1∼2년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아 뇌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정근화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 △흡연과 음주가 잦은 사람 등 네 가지 유형을 고위험군으로 규정했다. 검사 주기는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한다.

발병한 후에는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경색 ‘골든타임’은 4.5시간. 이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 온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골든타임은 연장되는 추세다. 정 교수는 “발병 후 6시간 이전에만 치료하면 온전한 효과를 보는 환자가 많다. 일부 환자는 24시간까지도 치료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뇌출혈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다. 출혈 규모와 부위에 따라 향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터지면 뇌 안에 피가 고여 멍울(혈종)이 된다. 그냥 두면 혈종은 더 커지고, 뇌 안 압력은 높아진다. 3시간을 넘기면 위험하다. 6시간이 지나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고 생명을 잃을 확률도 높아진다.

뇌졸중 발병 초기에 나타나는 전조 증세를 알아차려야 한다. 전조 증세는 다양하다. 두통, 어지럼증, 마비, 균형감 상실, 호흡 곤란, 구토, 복시(複視) 등이 나타난다. 정 교수는 “뇌는 영역별로 관장하는 기능이 다르다. 뇌졸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증세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 전조 증세 양상을 숙지해야

전조 증세 중에서 △얼굴 한쪽의 처짐과 마비 △한쪽 팔다리 마비 △어눌함과 언어장애 등 세 가지가 가장 흔하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뇌 앞부분(전반부)이다. 정 교수는 “뇌 전반부 면적이 가장 넓어서 뇌졸중 발생 확률이 높다 보니 관련된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비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뇌는 좌우로 나뉘어 있다. 왼쪽 뇌에 문제가 생겼다면 몸 오른쪽에서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서 증세가 나타나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뇌 후반부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면 평형 기능과 균형감이 떨어져 제대로 걷지 못한다. 어지럼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이라서 사물 일부가 덜 보이고 갈라져 보이거나 겹쳐 보인다.

두통도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다만 모든 두통이 그렇지는 않다. 정 교수는 “일단 뇌졸중과 관련된 두통은 마비나 어지럼증 같은 다른 증세를 동반할 때가 많다. 두통만 단독으로 나타난다면 뇌졸중과 관련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두통은 특히 뇌출혈일 때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도 특징이 있다. 정 교수는 “종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의 두통, 망치로 때린 듯한 두통이 나타난다. 구토 증세를 동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뇌출혈일 때는 의식을 잃는 경우도 꽤 많다. 의식을 잃은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이나 보호자가 신속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증세가 나타났을 때 우선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바로 ‘급작성’이다. 정 교수는 “어떤 증세든 오래전부터 만성적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됐을 때 특히 더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병이 진행되면 일반적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특히 뇌출혈일 때는 혈압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 가정용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고혈압 약을 먹었는데도 전조 증세가 나타나면서 동시에 혈압이 상승한다면 뇌졸중일 확률이 높다.

● 증세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으로

전조 증세는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신호탄이다. 이후 증세가 드러나는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정 교수는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유형이다. 정 교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갑자기 증세가 나타나고, 이후에 다른 증세까지 나타나며, 증세도 악화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처음에 한쪽 팔다리에서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비 증세가 심해진다. 그러다가 움직이지 못하는 증세가 추가된다. 말도 심각하게 어눌해진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세를 경험하고, 다음에는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는 사례도 많다.

이런 유형은 증세가 짧은 시간에 명확하게 발현된다. 이 때문에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은 높다. 정 교수는 “이런 유형의 경우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치료 효과도 좋아 정상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두 유형이 전조 증세를 알아차리기 힘든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증세가 사라졌으니 괜찮다?

두 번째, 증세가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형이다. 교사 출신 60대 남성 박진수 씨(가명)가 그랬다.

박 씨는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날 글자가 흐릿해지다 곧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운동했더니 증세가 사라졌다. 2일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다. 3일째 되던 날 아침 식사 때 딸이 아버지가 말하는 게 어눌하고 멍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제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검사 결과 이미 뇌경색이 진행돼 있었다. 척추에서 뇌로 연결된 동맥이 가장 먼저 막힌 것으로 추정됐다.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고 어지러웠던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증세가 곧 사라지자 전혀 뇌경색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소뇌와 후두엽 부위 혈관까지 막혔고, 결국에는 왼쪽 후두엽 뇌 손상이 심해 오른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런 양상의 뇌졸중을 보통은 ‘미니 뇌졸중’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작은 형태의 뇌졸중이란 표현은 안일하다. 잠시 쉬고 있는 것일 뿐, 병은 진행 중이다. 이런 환자의 15% 이상은 일주일 이내에 뇌경색으로 악화한다. 그러니까 폭발을 앞둔 휴화산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뇌로 혈류 공급이 중단되자 혈액을 보충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혈류가 공급되면서 증세가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병은 다시 진행된다. 이를 의학적으로 ‘일과성 허혈발작’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등의 증세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지속시간이 10분이 되지 않더라도 병원을 찾아 검사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애매모호할 때 더 주의해야

셋째 유형은 더 모호하다. 특수한 상황에서만 같은 전조 증세가 반복된다. 언뜻 보기에 뇌졸중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여 일찍 발견하지 못한다.

70대 중반 남성 이석천 씨(가명)는 운동을 좋아했다. 한강 둔치로 나가 달렸고 헬스클럽에도 자주 갔다. 언젠가부터 운동을 마치고 난 후에 손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멀쩡해졌다. 이 씨는 근력 운동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꼭 운동하고 난 후에만 오른손에서 힘이 빠졌다. 아주 심하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증세가 악화했다. 오른손에서만 나타나던 무기력과 마비 증세가 다리까지 뻗었다. 이 씨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그제야 걱정돼 병원에 달려갔다. 왼쪽 경동맥이 80% 가까이 막혀 있었다.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졌고, 뇌 손상은 진행되고 있었다. 급히 처치했지만 손상된 부위는 살릴 수 없었다.

정 교수는 “특히 탈수, 운동, 음주, 과식을 한 뒤 위장으로 혈류가 몰리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줄어들어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뇌졸중 전조 증세 비슷한 게 반복해 나타난다면, 설령 뇌졸중이 아닌 것 같아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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