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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서 판사 고르는 자체가 위헌소지”…법조계, 與 ‘내란전담재판부’ 비판

입력 | 2025-11-25 18:03:00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총괄위원장을 비롯한 김병주, 이상윤, 장경태 의원 등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비상계엄 관련 사건 항소심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에 전담재판부를 두더라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 사건을 맡을 판사를 외부에서 고르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 “특정 사건 판사 인위적으로 고르는 자체가 위헌”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결국 법원 외부의 위원들이 계엄 관련 사건을 맡을 재판부를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원은 그동안 사건을 배당할 때 누구도 관여할 수 없도록 무작위 전산배당을 해왔는데, 이 법안은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 대해선 무작위 배당 원칙 대신 외부에서 재판부를 직접 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올 9월 법무부(1명), 대한변호사협회(4명), 판사회의(4명)가 추천한 위원 9명이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를 1배수로 추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담재판부를 새로 꾸리는 건 재판부를 입맛에 맞는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항소심부터 전담재판부를 두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특정 사건을 맡을 판사를 인위적으로 고르는 것 자체가 헌법으로 보장된 사법권(헌법 101조)과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27조) 등을 침해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연합(UN)이 1985년 채택한 ‘사법의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 결의안에도 “법원 내에서의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의 내부 사안”이라고 명시돼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으로 정해진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란 내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 구성도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특정 사건에 대해 인위적으로 재판부를 변경하는 것 자체가 이런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왕정 이후 등장한 민주, 현대국가의 기본원칙은 사법권의 독립”이라며 “사법권에 속하는 재판 배당을 외부에서 하겠다는 것은 헌법으로 보장된 삼권분립을 정면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했다.

● 獨, “대법관 업무부담 고려해 심리 대법관 선정” 조항도 위헌 결정

정치권 일각에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법무부 장관이 포함돼 있는 만큼 전담재판부 판사도 법무부 장관이 추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대법관 추천과 전담재판부 구성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할지와, 특정 사건을 누가 재판할지 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정 사건을 맡을 판사를 재판부 내부에서 인위적으로 정한 것도 헌법 위반이라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있다. 앞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97년 4월 독일연방재무법원 재판부 내부에서 사건별로 심리에 참여할 판사를 임의로 정한 것을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연방재무법원 재판부엔 사건 심리에 필요한 정원(판사 5명)보다 1명 많은 판사 6명이 배치돼있었다. 이를 고려해 재판부의 부장이 각자 맡은 사건 숫자 등 업무 부담을 고려해 사건별로 심리에 참여할 판사들을 정했던 것.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개별 사건에 관해 재판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건 어느쪽으로부터 그런 조작이 행해지는가에 관계없이 회피돼야 한다”며 “그에 의해 사법의 독립이 지켜지고 법원의 불편부당성 및 공공의 신뢰가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계엄 관련 사건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법은 올 9월 ‘집중 심리 재판부’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과 인연이 있어 해당 사건을 맡을 수 없는 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에는 다른 사건을 배당하지 않고, 기존 진행되던 사건도 일부 다른 재판부에 넘기도록 해 사실상 전담 재판부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실상 계엄 사건을 담당할 전담 재판부가 법원 내부에 꾸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이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할 경우 오히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내란 관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헌재 판단을 구해달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법원의 재판은 정지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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