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충전할 곳 없는 전기 이륜차 배터리 소화기 개발 어디까지 왔나… 불나도 일반 소화기 모두 무용지물 정부 기준 만들었으나 인증 제품 ‘0’… 내년 상용화 목표로 연구개발 진행
● 배터리 화재에 소용없는 일반 소화기
현재 전기 이륜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내부에서 화학 반응으로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는 ‘열폭주(thermal runaway)’가 특징이다. 고온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산소까지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어 외부 소화 약제로 제어하기가 매우 힘들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 2025.9.27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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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인증 제품 ‘0’… 시제품은 내년 출시 전망
문제는 실제 화재 현장에서 다량의 물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가정 내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배터리를 욕조 등으로 옮겨 담가야 하지만 열폭주가 발생한 배터리를 안전하게 옮기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 소화기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기 화성시의 리튬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틀날인 6월 25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백이 이어지는 사이 온라인 시장에는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라는 이름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리튬 배터리 소화기’를 검색하면 수십 종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정부의 인증을 받거나 효과를 본 제품은 사실상 전무하다.
기준과 인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내부의 혼선도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소방청 기준이 없던 지난해 한 업체가 제출한 ‘리튬 배터리 소화기’에 대해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허가했다. 행안부는 산업 진흥 촉진 성격에서 인증을 허용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실제 안전 효과를 보장하는 인증은 아니어서 혼선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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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채연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