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절반 감축-핵심 무기 포기 등… 美, 우크라에 28개 항목 수용 압박 ‘우크라 공식언어는 러시아어’ 포함 우크라 “러 요구 최대 반영, 수용 불가”… 러는 종전안 논의 부인 공세 이어가
러, 우크라 공습… 최소 25명 사망 19일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의 무너진 건물에서 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가 이날 테르노필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습해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73명이 다쳤다. 하르키우, 리비우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 테르노필=AP 뉴시스
● 러시아어 공식어 지정 등 예민한 내용 포함
FT에 따르면 미-러 실무진 종전 초안엔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 전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종래 고수하던 내용이 반영된 것.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돈바스 내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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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감정을 건드리는 민감한 내용도 들어 있다.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중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에 묶어 두려는 러시아의 오랜 목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종전안 우크라 수용 압박
미국은 러시아와 비공개 협의로 마련한 28개 항목의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에 보내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이번 주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와 만나 해당 방안을 전달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윗코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조건을 수용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해 군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댄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20일 우크라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종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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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주권 포기하라는 것” 반발
우크라이나는 미-러 종전안 초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해당 종전안이 러시아의 요구를 최대로 반영한 안이며, 대폭 수정 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 당국자는 “이 안을 수용하면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협상 진전을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러시아는 종전안 초안 논의를 부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에서 제안했다면 양국 간 기존 외교채널을 통해 전달됐을 것인데, 이 정도 수준의 합의안은 받은 바 없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알려드릴 만한 새로운 진전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격전을 이어 가고 있다. 우크라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날 밤부터 우크라 동서부 곳곳에 폭격을 가해 어린이 3명 등 25명이 숨지고 73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내 불특정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푼 뒤 에이태큼스를 처음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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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