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선화동 광천시장의 대표 메뉴 ‘두부두루치기’. 2인 기준 1만6000원이다. 김도언 소설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를 꼽을 수 있다. 칼국수와 두부 요리는 워낙에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음식이다 보니 한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좀 옹색한 면이 있다. 이를테면 춘천의 막국수, 영광의 굴비 정식, 안동의 찜닭, 마산의 아귀찜, 여수의 갓김치 같은 아이코닉한 음식들과 비교하면 이 옹색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광천식당은 두부두루치기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대전의 대표적 노포다. 대전 중구 선화동 중앙로역 사거리 골목에서 3대를 이으며 50년 가까이 장사를 하고 있다. 주거용 건물을 식당으로 개조해 내부 구조가 상당히 아기자기한데, 이것은 노포의 사회학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특징으로 보는 게 맞다. 대개의 노포는 작은 규모로 시작하다가 명성이 쌓여가면서 늘어나는 손님들을 수용하기 위해 조금씩 업장을 늘린다. 그렇다 보니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평양냉면 명소 을밀대가 대표적이다.
광고 로드중
충성도 높은 단골 식객들과 외지 방문객들까지 몰리다 보니 피크타임 때는 30여 분 줄을 서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자리가 나서 앉기만 하면 주문한 음식이 5분 안에 나와서 웨이팅의 피로가 단번에 풀린다. 접객 서비스에 전통만큼이나 노련한 효율성과 노하우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대전은 어쩌다 두부두루치기의 도시가 됐을까. 여러 텍스트를 살펴보고 설문도 해봤지만 정설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설득력 높은 추론은 있다. 앞에서 썼듯 대전은 교통 요지로 개발된 도시로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리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외지인들이 출장차 들르거나 쉬어가는 기착지인데, 대전 인근에는 특별한 산물이랄 게 없다. 그래서 대전의 요식업자들은 까탈스러운 외지인들의 입맛에 가장 무난할 법한 식재료를 찾았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두부가 아니었을까. 대전의 칼국수가 유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테다. 특별할 자신이 없으면 무난한 것을 택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을 대전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