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다카이치 첫 정상회담 트럼프 “거대한 교역 함께할 것 日, 매우 큰 규모 군사장비 주문”… 다카이치, 7월 무역합의 이행 약속 대미 투자-쌀 개방 등 속도 전망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도쿄 인근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의 갑판에 올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어깨를 안고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양국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도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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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우리(미국과 일본)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며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 1월 재집권에 성공한 뒤 첫 방일에서 미일 동맹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군사력을 상당한 규모로 증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일본으로부터) 매우 큰 규모의 신규 군사 장비 주문을 수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체결한 미일 무역 합의에 대해 “매우 공정한 합의이며 우리는 거대한 교역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화답했다. 그는 미일 동맹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를 함께 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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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을 마친 뒤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 ‘머린 원’을 타고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에 승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미국 공장에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가서 도요타 차를 사라”고 권고했다. 또 일본 재계 관계자들과 만찬을 갖고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미일 정상이 무역 합의 이행에 적극 나설 모양새를 취하고, 나아가 두 나라 간 안보 및 경제 협력 강화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면서 아직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한국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미투자 못박고 무기 세일즈… 다카이치 “희토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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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정상 ‘아베 시즌2’ 협력
5500억 달러중 73% 에너지-AI에… 대미투자 후보군 선정하며 속도
中견제 위한 日방위력 증강 공감… 다카이치 “트럼프 北비핵화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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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용 헬기 ‘머린 원’ 동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 ‘머린 원’에 나란히 앉아 도쿄 인근 요코스카 해군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 X에 게재한 다카이치 총리는 “나의 훌륭한 동맹 겸 친구,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라는 글도 올렸다. 사진 출처 다카이치 총리 X
특히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일주일 만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5500억 달러(약 790조 원) 규모 대미(對美) 투자의 신속 이행,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관련 협력 등 속속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무역 합의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사실상의 ‘대못 박기’ 모양새를 취했는데, 일본 측은 대미 투자와 희토류 공급망 강화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두 정상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총리가 역시 중국 견제에 공을 들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아베 시즌 2’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중국 견제 등에 뜻을 같이하며 밀착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와도 만났다.
● 무역 합의 이행 속도 내고 대미 투자 후보 선정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28일 오전 도쿄 영빈관에서 약 4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올 7월 체결된 미일 무역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관련 장관 등에게 필요한 추가 조치를 지시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 기술, 우주, 6세대 통신(6G), 생명공학 등 여러 미래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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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미 투자에 대해 “이는 일본과 미국의 경제 안보를 위한 공동 투자이며,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전력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일본의 손실 위험은 제로(0)가 될 것”이라며 “일본 측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전액 회수할 수 있고, 일본 납세자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희토류 무기화’에 나선 중국에 맞서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에 협력하기로 하고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넓힐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호주와의 희토류 협력에 합의한 미국이 ‘반중국 희토류 동맹’ 확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 다카이치, 트럼프 앞에서 “강한 일본 되찾겠다”
두 정상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대규모 군사 장비를 새로 주문한 것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또한 “강한 일본 외교를 되찾겠다”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해 미일 협력을 더 진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영어로 ‘저팬 이즈 백(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적힌 검은색 야구 모자에 각각 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하는 ‘강한 일본’의 부활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취재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관여를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