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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확전 막은 美中… 베선트 “성공적 합의틀 마련” 中도 “진전”

입력 | 2025-10-28 03:00:00

[미중 무역협상]
“희토류 통제-관세 유예” 고위급 협상
‘대립보다 생산적 회담 공감대’ 분석… 美대두-中펜타닐 문제도 협력 거론
종결 아닌 유예… ‘일시적 봉합’ 평가, 희토류-대만 문제 등 갈등 불씨 여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AP뉴시스


“미중 정상이 목요일(30일) 한국에서 논의할 매우 성공적인 프레임워크(framework·합의의 틀)를 만들어 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과 말레이시아에서 이틀간 가진 5차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같은 날 허 부총리도 “여러 차례 협상에서 거둔 성과를 함께 이행하고 호혜 협력을 확대해 중미의 경제무역 관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무역전쟁의 확전 자제에 합의한 모양새다. 두 정상의 이번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고, 세계 경제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일단 대립보다는 ‘생산적 회담’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교장관도 27일 통화를 가졌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압박 위주의 방식을 버린다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이며, 고위급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일단 확전 자제

베선트 장관은 이날 ABC·NBC방송 등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추진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나에게 협상 지렛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그 덕분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폭 강화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사실상 수출 불가 수준인 100% 추가 관세로 대응했고, 이 조치가 효과를 발휘해 중국이 한발 물러섰다는 취지다. 그는 “최종 결정은 양국 정상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유예를 우리가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일단 1년간 유예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번 합의로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나도 대두 농장주”라며 “농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해결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산 대두를 전혀 수입하지 않았지만, 이날 회담을 계기로 수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두 생산지는 주로 집권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이 지속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마약 펜타닐 사태의 해결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신화통신도 이날 “양국은 상호관세 유예 기간 연장, (합성 마약) 펜타닐 관세 및 법 집행 협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1차 미중 고위급 협상인) 스위스 제네바 회의 때보다 한 걸음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미중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 왔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발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날 이유가 사라진 것 같다”며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엔 미중이 핵심 쟁점에서 충돌을 자제하며 프레임워크까지 도출한 건, 양국 모두 무역 갈등의 부작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美, 희토류 확보 못 하면 中과 무역전쟁 가능성”

다만 양측이 일시적인 숨 고르기엔 나섰을 뿐, 무역전쟁의 뇌관이 될 만한 잠재적 위험 요소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단 희토류를 두고 미중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셰궈중(謝國忠)은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중국이 미국 민간용 희토류 수출은 재개할 가능성이 있지만 군수용 희토류 수출 통제는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첨단 무기 분야에 필요한 희토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국과의 무역전쟁 불을 다시 지필 것”이라고 했다.

대만 등 안보 의제를 둘러싼 양측 갈등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5일 대만 정책에 관해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며 일단 이번 회담에선 무역 협상에만 집중하겠단 뜻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억제를 최우선 대비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양국이 안보 사안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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