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벤지 워터하우스 지음·김희정 옮김/472쪽·2만2000원·어크로스
영국 국영의료시스템(NHS) 정신과 의사였던 수련의는 몇 달 내내 ‘담당의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결국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이 책은 NHS 정신과 수련의로 10년을 보낸 저자의 회고록이자, 정신과 의사 겸 우울증 환자였던 그의 고백이자 일지다.
우울증 환자가 된 그는 ‘불가피하게’ 환자들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휴직을 신청할 때도 그랬다. 그는 휴직 사유를 ‘창의적인 관심 분야를 좀 더 추구해보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정신질환이 내 기록에 남는 게 걱정된다”는 여타 환자들과 같은 심리적 이유였다. 또 저자는 자신이 매일 처방하던 ‘플루옥세틴’을 처방받은 뒤 쓰레기통에 버렸다. “고통의 근원이 남아 있는 한, 항우울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절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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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책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을 다각도에서 살펴본다. 다만 전체 분량의 3분의 2가량이 저자가 우울증을 겪기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솔직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 대목에서도 정신병동을 무대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