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인파가 몰린 국립중앙박물관. 동아일보DB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다만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으로서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22유로, 도쿄국립박물관이 1000엔의 입장료를 받는 것과 크게 비교가 된다. 국고에 상당 부분 의존해 박물관 운영을 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순식간에 몰리다니…. 안전에 대한 문제가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쳤다. 또 박물관 직원들이 과중된 업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주차장이나 식당가 등 주변 편의시설은 충분히 늘어난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을지 등이 걱정됐다. 실제로 올 8월 국립중앙박물관의 일평균 관람객은 3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05년 개관 당시 설계한 최대 수용 인원 1만8000명을 훌쩍 넘겨버린 상태라고 한다.
물론 예산 확충을 위해 무작정 입장료를 올려야 한다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무료 입장은 한국 사회가 이룬 중요한 문화적 성취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나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한국의 풍부한 역사와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정책은 문화 민주주의의 핵심 기반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 서울 시민부터 지방 방문객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박물관의 문을 드나들며 학습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분명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 정책이며, 한국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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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아이디어는 포르투갈의 렐루 서점처럼 우선 입장이 가능한 높은 가격의 티켓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그 대신 이 티켓에 그 추가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의 선물(박물관 숍 할인 쿠폰 등)을 포함하는 건 어떨까. 굿즈 판매 수익을 높이면서도 입장료 지불을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박물관 경험의 일부로서 부가 가치를 얻는 과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연간 후원 회원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거나, 방문객들의 자발적 기부를 늘릴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면서도 접근성을 보장하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너무 저렴하면 문화의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있고, 너무 비싸면 문화 향유의 문턱이 높아진다. 이 딜레마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국만의 특별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박물관 앞의 긴 줄은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반가운 신호다.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이 만나는 이 특별한 순간에 한국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지키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한국의 문화 정책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문화적 토양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전 세계를 매료시킬 뛰어난 작품이나 인물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박물관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전시 관람이 아닌 한국 문화와의 만남이다. 이 소중한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그리고 모두에게 열려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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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