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미국 ABC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세계적인 증오가(hater)’라고 공개 비난했다는 이유로 소속 테리 모란 기자를 정직시켰다고 8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00일 취임 인터뷰에서 모란 기자에게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쏘아붙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ABC 뉴스와 명예훼손 소송전을 벌여 215억 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등 기성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모란은 8일 ‘X’에 “트럼프는 세계적인 증오가(hater)”라며 “그의 증오는 자기 자신을 미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그는 증오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며 “그는 ‘트럼피즘’을 구상하고 이를 정책으로 옮기는 두뇌이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증오가 그의 정신적 자양분이라는 점이다. 그는 증오를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때부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해 온 밀러 부비서실장은 각종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최근 LA 시위대를 규탄하며 자신의 X에 “침략자들을 추방하라”고 썼는데, 불법 이민자들을 침략자로 지칭한 것이다. 모란은 이를 겨냥해 그를 ‘증오가’로 부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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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앙숙’인 ABC 기자가 X에 공개 비난 글을 올리자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은 지원 사격에 나섰다. J D 밴스 부통령은 모란의 게시물에 대해 “악랄한 중상모략”이라며 밀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정신이 나갔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ABC 측은 “우리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며 타인에 대한 주관적인 인신공격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모란을 정직시켰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