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관식이 건넨 이 짧은 말 한마디에는 평생을 담은 마음이 실려 있었다. 드러내지 않고 지켜온 사람,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준 인물.
박보검(32)은 이 대사를 언급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 말 안에 관식이라는 인물이 가진 마음이 다 들어 있어요. 짧은 대사지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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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그런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겠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는 관식이라는 인물이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애순을 향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행동으로 계속 보여줬잖아요. 다 말은 안 해도, 그 마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사람이죠.”
이번 작품에서 그는 처음으로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가족의 죽음을 겪으며 깊은 상실 앞에 무너진다. 그 장면은 배우에게도 낯설고 깊은 감정을 남겼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부모가 자식을 잃는다는 건 상상조차 어렵죠. 표현이 부족하더라도, 그 감정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넷플릭스 제
촬영 당일은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모든 게 감정과 겹쳐서,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맞다고 느껴졌어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그 장면에선 오히려 이모들을 바라보며 감정을 누르려고 했죠.”
현장을 함께한 아역 배우와 스태프들의 분위기 역시 그를 깊이 몰입하게 했다.
“아역 배우가 추운 날씨에도 손을 덜덜 떨면서 연기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그 아이가 감정적으로 버티는 걸 보면서 저도 무너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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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극 중 애순은 힘든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관식은 그런 애순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정서를 가장 잘 보여준다.
드라마를 촬영하며 그는 주변의 따뜻한 시선들 속에서 관식의 삶을 이해해갔다. “어딘가에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관식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넷플릭스 공식 인스타그램
‘폭싹 속았수다’는 박보검의 군 제대 이후 첫 복귀작이다. 대중 앞에 다시 서기까지 그가 택한 이 작품은 그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군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연기한 첫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더 애정을 갖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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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그는 “음악이라는 감정을 연기처럼 표현하는 예술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도 큰 자극이 된다”고 했다.
이 드라마가 자신의 삶에 어떤 계절로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봄이라고 답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마음속에서 무언가 새롭게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제 삶의 계절은 봄 같아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