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변호사가 서울 성북구 삼선초교 운동장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한 그는 2012년 월계축구회를 만나 매주 일요일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제 고향이 전북 장수라는 시골이었는데 어렸을 때 아이들이 놀 게 없으니 늘 함께 공을 찼어요. 당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었죠. 공 찰 땐 우리도 차범근이 됐죠. 공 하나만 있으면 운동장에서나 논두렁에서 즐겁게 뛰어다녔어요. 공 차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중고교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축구 했고, 지금도 공을 차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고교 3학년 대학입시를 앞두고 급성 간염에 걸려 2개월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 했고, 결국 재수해서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그때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운동하기 위해 유도부에 들었다. 매일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했다”고 했다. 유도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 물론 친구들과 공도 찼다. 군대 제대한 뒤엔 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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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된 뒤 서울변호사회 축구단인 ‘서로(Seoul Lawyers) 축구단’에 가입하는 등 다양한 클럽에서 활동했다. 월계축구회는 2012년 만났다.
“제가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당시 로펌에서 축구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맡았어요. 그때 변석화 험멜코리아 회장이자 당시 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만났습니다. 우리 로펌 고객이셨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식사하다 제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럼 월계축구회에 한번 나와 봐라’ 해서 나간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변 회장이 1974년 창단한 월계축구회는 가입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수습 기간도 있다. 이 변호사는 “회원이 딱 40명이기 때문에 결원이 생길 때 충원하는데 축구 실력을 포함해 다양하게 평가한 뒤 가입시킨다. 회원이 되면 회원들끼리 가족처럼 지낸다. 일요일 축구는 매번 참석해야 하며, 모든 경조사 참석도 기본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축구를 즐기다 보니 ‘축구 좀 아는 변호사’로 통해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전북 현대와 대학축구연맹 고문 변호사도 지냈다.
2015년부터는 배드민턴도 치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축구를 잘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배드민턴이다. 집(서울 강북구) 근처 서울미양초교 체육관에 모여 운동하는 솔샘배드민턴클럽에 가입해 매주 평일 2, 3일 1시간 30분 이상 배드민턴을 쳤다. 배드민턴은 운동량이 상당했다. 이 변호사는 “배드민턴 한 게임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린다. 온몸을 쓰는 전신 운동이라 체력이 향상됐고, 축구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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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호사는 매주 일요일 25분씩 3게임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대학 시절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월계축구회에선 수비부터 미드필더, 공격까지 다 소화해야 한다. 회원이 많다 보니 경기 때마다 서로 포지션을 바꿔 가며 플레이한다. 그는 “월계축구회는 모든 선수가 멀티플레이어”라고 했다.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릴 때는 그냥 공만 차면 즐거웠다면, 지금은 축구 하며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쉰 살 넘어서 이렇게 건강하게 공을 찰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닌가요. 계속 몸 관리 잘해 평생 주말 축구 할 겁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