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하고 ‘주 4일제’ 도입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광고 로드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며, 민생을 살리는 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한 실용주의 선언의 연장선이다. 42분간 ‘성장’을 29번이나 언급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넘어 모두가 함께 잘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옥죄는 상황에서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그러자면 이 대표가 강조한 대로 낡은 이념이나 진영논리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재명식 실용주의’가 일관성이 부족하고 내용마저 모호하다는 데 있다.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에 대해 이 대표는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3일 정책토론회에서 “‘좀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냐’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한 것과는 뉘앙스가 달라졌다.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유연화도 하겠다는 건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대표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며 한동안 언급하지 않던 ‘기본사회’ 화두를 다시 던졌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선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문제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었다.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위해서라면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할 것이라고 하더니 3일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면서는 민생지원금과 지역화폐를 다시 언급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