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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도전자들, 변칙수로 ‘AI 철옹성’ 뚫는다

입력 | 2024-04-20 01:40:00

[위클리 리포트] ‘AI 쇼크’ 이후 정반대로 가는 바둑-체스
‘최강 AI’에도 허점은 있다
대국 초반 희생으로 AI 실수 유도
“AI, 기존 기보에 없는 수에 약해”




체스와 바둑 같은 마인드스포츠에선 인공지능(AI)이 인간 프로 기사의 실력을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AI의 빈틈을 공략하려는 ‘인간 도전자’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AI가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변칙수를 이용하는 등 부족한 계산 능력을 창의성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다.

2020년 미국의 체스 선수 조너선 슈워츠(47)는 경기 초반 주요 기물인 비숍을 희생하는 ‘우르소프 갬빗’ 전략을 통해 35수 만에 체스 AI ‘스톡피시 12’를 제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스톡피시의 추정 레이팅(체스 실력을 측정하는 단위)은 3500대로, 인간 세계 챔피언인 망누스 칼센(34)의 2830보다도 훨씬 높았다. 슈워츠의 전적은 객관적으로 절대적인 열세였지만,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AI의 실수를 끌어내 판세를 뒤집었다. 이 밖에도 세계 최고의 속기 선수로 분류되는 앤드루 탱(25)도 각자에게 경기 시간이 15초만 주어지는 ‘하이퍼 불렛’ 룰의 대국에서 스톡피시를 제압했다.

지난해 바둑에서도 이변이 나왔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FAR AI’의 켈린 펠린 연구원이 현존하는 바둑 AI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카타고를 상대로 15전 14승의 성적을 거둔 것. 펠린 연구원은 한 구석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인 뒤 그 주변을 서서히 둘러싸는 전략을 썼다. 기존 기보에 거의 없는 대국 형식이라서 카타고도 미처 학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펠린 연구원은 “우리가 발견한 카타고 공략법은 정작 인간이라면 중급 정도의 실력만 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라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