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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100달러 넘을것”… 인플레-유가 급등 ‘세계경제 이중쇼크’

입력 | 2024-04-15 03:00:00

[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공격]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나서면… 세계 원유 공급망 대혼란 불보듯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밀어넣을수도… 美연준 금리인하 더 미뤄질 가능성




중동 최대 맞수인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로 중동전쟁 확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미 비상이 걸린 인플레이션에 유가 급등이 더해지는 ‘이중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공포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든 상태에서 유가 급등과 지정학적 불안은 세계 경제를 연착륙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발발한 직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란의 직접 참전이 아닌 ‘대리전’ 형태가 이어지자 올해 1월 초 70달러대까지 떨어졌었다.

13, 14일(현지 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을 나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벤 카힐 시니어 펠로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 대립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며 “(후티 반군이 공격한) 홍해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항로가 없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럴당 100달러는 훌쩍 넘을 것이라고도 봤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석유 2100만 배럴이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21% 수준이다.

이미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근원물 가격은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영사관 공격이 전해진 이달 1일 배럴당 87달러 선까지 뛰었고, 12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장 중 92.18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장 중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이란의 공습이 시작된 뒤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전시내각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누구든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의 재보복으로 인해 사실상 중동 전역으로 전장이 확전되는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원유 공급망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1973년 발발한 4차 중동전쟁은 당시 1차 석유파동과 10년 이상 이어진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를 불러왔다. 앞서 세계은행은 “4차 중동전쟁 때처럼 석유 금수 조치가 이뤄지면 유가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백안관 제공

50년 전과 다르다면 미국이 주요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 해도 각국이 인플레이션 전쟁의 막바지에 있기 때문에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준의 6월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갔다고 시장이 내다보는 상황에서 중동전쟁 확전으로 인하 시점이 더욱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오스턴 굴즈비 미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에서의 확전은 “직접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높일 뿐 아니라 석유는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이기 때문에 공급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연준에 와일드카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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