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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원에 인생을 파나”…남 쓰레기 쏟고 종량제봉투 ‘슬쩍’

입력 | 2024-03-05 10:23:00

남이 내놓은 종량제봉투를 잘라 쓰레기를 길에 쏟은 뒤 자신이 버리는 물건들로 채우고 다시 묶어놓은 모습. 보배드림


남이 버린 종량제봉투 속 쓰레기를 길에 쏟은 뒤 자신이 버리는 물건들로 채워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산시에 나타난 신종 거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 오산시에 거주 중이라는 글쓴이 A 씨는 “전날 50L 규격 종량제봉투를 집 앞 쓰레기 버리는 곳에 내놨는데 오늘 보니 다른 물건이 담겨있더라”며 “자세히 보니 내가 버렸던 봉투를 잘라서 주변에 무단투기한 뒤 본인 쓰레기를 버렸더라”고 설명했다.

A 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종량제봉투 윗부분이 잘렸다가 누군가 다시 묶은 흔적이 남았다. 주변에는 빈 페트병과 다 쓴 물티슈 등 쓰레기가 널렸다. 종량제봉투에는 A 씨가 버리지 않은 이불과 모자 등이 담겼다. A 씨는 “주변에 버려진 택배 송장도 내가 (봉투에) 담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했고 오산시청에 민원을 접수했다”며 “50L 종량제봉투에 인생을 파냐”고 지적했다. 오산시 50L 종량제봉투 한 장의 가격은 1200원이다.

A 씨가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렸던 쓰레기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보배드림

누리꾼들은 “100L 봉투에 담아 내놓으니 다른 사람이 봉투만 가져간 적도 있다” “구질구질하다” “쓰레기봉투에 이름 써야 하는 날이 오겠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도 종량제봉투 도둑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서 한 60대 여성이 카페가 내놓은 쓰레기를 쏟아버리고 75L 규격 종량제봉투를 훔쳐 갔다가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카페 운영자는 쓰레기 무단 투기 누명을 써 과태료 20만 원 처분을 통보받았다.

2020년에는 부산의 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내용물을 쏟아버리고 75L 종량제봉투 두 장을 훔쳐 간 또 다른 6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봉툿값의 약 100배에 이르는 벌금 50만 원형을 선고받았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