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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후에도 해산 안하는 ‘아파트 조합’ 관리 강화

입력 | 2024-01-22 03:00:00

준공 1년 넘은 재개발-재건축 조합
경기도 미청산-미해산 38곳 달해
청산 미루는 조합, 지자체가 고발
제도 개선 추진-청산 교육도 병행




경기 평택시의 한 재건축 조합은 2009년 아파트를 준공해 입주했지만 조합 청산이 이뤄졌는지 불투명하다. 2018년 입주를 마친 경기 안양시의 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와 하자보수 소송 중이어서 조합 청산을 미루고 있다. 현행법상 조합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끝나면 1년 안에 남은 돈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고 청산해야 하지만, 이런 미청산·미해산 조합은 3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시 관계자는 “일부 조합은 아파트 건설이 완료되고 입주까지 마쳤는데도 조합을 해산하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들은 사업비 청산금을 받기는커녕 추가 분담금이나 소송비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조합 10곳은 10년 넘게 ‘미청산’


경기도는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사업 종료 후 청산을 지연하며 횡령 등으로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는 미청산 조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인 조합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장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 시정 요구와 수사기관 고발 조치가 가능해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청산 고의 지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가능했고, 정부나 지자체는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정비사업에 대한 회계 처리를 끝내지 않는 ‘미청산 조합’이 33곳이고 조합 해체를 하지 않는 ‘미해산 조합’은 5곳으로 파악됐다. 10년 이상 된 미해산·미청산 조합도 10곳에 달한다. 조합 1곳당 평균 6억6000만 원의 청산 금액이 남았다. 평택시 관계자는 “조합의 미해산·미청산이 장기화할수록 청산인이 연락 두절되는 등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찾아가는 정비학교 운영


경기도는 앞으로 조합 관리권자인 시군과 함께 주기적으로 정비사업 조합의 미청산 현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지역 정비사업 조합은 재개발 81곳, 재건축 52곳 등 총 133곳이다. 차경환 경기도 노후신도시정비과장은 “그동안 정비사업 조합의 해산과 청산이 늦어져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합원 피해가 발생하는 조합이라고 판단되면 수사를 의뢰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교육도 진행할 방침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을 대상으로 관련 회계 규정 등을 교육하는 ‘찾아가는 정비학교’를 운영한다.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와 회계사 등 총 10여 명이 회계 규정의 취지와 주요 내용, 적용 방법 등을 현장 실정에 맞춰 교육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발생한 분쟁 및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청산 계획 작성 가이드라인’ 마련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해 8월 정비사업 표준 예산·회계 규정을 마련해 고시했다. 주요 내용은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 △각종 명세서 작성 및 근거 내역 제시 의무 사항 △회계 기준 및 예산·회계 보고서 계정과목 통일 △카드 사용 및 업무 추진비 사용 기준 등이다. 정종국 경기도 도시재생추진단장은 “지속적인 현장 점검과 제도 개선을 통해 조합 운영을 더욱 엄격하고 내실 있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