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동반 포디엄에 도전하는 육상 남자 세단뛰기 국가대표 유규민(왼쪽)과 김장우.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하지만 김종일 국가대표 수평 도약 코치(61)는 두 대회에서 모두 속 시원히 웃지 못했다. 유규민이 메달을 땄을 땐 김장우가 5위(16m39)에 머물렀고 김장우가 메달을 땄을 땐 유규민이 15m83로 9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비슷한 기량의 두 선수가 경쟁하면 선수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런데 두 선수가 늘 함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지도자는 힘들다”며 웃었다.
광고 로드중
김 코치의 바람과 달리 올 시즌 두 선수의 컨디션은 계속 엇박자였다. 유규민은 아시아실내선수권 메달로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슬럼프와 허리 부상이 겹쳤다. 특히 부상 악화를 막기 위해 올 시즌 가장 큰 목표였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한 뒤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반대로 시즌 초 점프에 변화를 주려다 실패해 고전했던 김장우는 후반기 아시아선수권에서 폼을 회복해 세계선수권 무대도 밟았다. 비록 개인 최고 기록(16m78)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16m21)으로 예선 탈락했지만 김장우는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걸 경험했다. (세계선수권) 분위기에 압도됐다”며 “그래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실전에서는 유규민이 먼저 웃었다. 세계선수권 출전 불발로 부상 회복에 집중하며 3kg가량 감량한 유규민은 지난달 8일 서천 전국실업단대항육상경기대회에서 16m84를 성공, 1년 4개월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2cm 경신했다. 같은 대회에서 김장우는 개인 최고 기록(16m78)에 7cm 못 미친 2위를 했다. 유규민, 김장우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20년 은퇴한 김덕현의 세단뛰기 한국기록(17m10)에 이은 역대 2, 3위 기록이다.
두 선수는 이제껏 걸어온 길도 상반된다. 유규민은 중학교 2학년 세단뛰기에 입문해 곧바로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고등부 한국기록(15m43)을 세우고 곧바로 국가대표에 뽑혔다. 그러나 성인 무대에 올라온 뒤 기대보다 성장이 더뎠던 유규민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각오를 새겼다.
광고 로드중
서로 아주 다르지만 대표팀에서 나란히 경쟁하며 성장한 두 선수는 3일 오후 8시 20분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세단뛰기 결선에서 17m 기록을 목표로 한다. 유규민은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슬럼프에서 나와 더 간절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장우는 “세계선수권에서 그랬듯 아시안게임도 후회 없이 준비하고 있다. 일단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하늘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 세단뛰기 출전 선수 중 올 시즌 17m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세 명이다. 김 코치는 “김장우, 유규민 선수가 중국, 인도 선수들보다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남자 세단뛰기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주기를 바란다”며 “아시안게임 같은 국가 대항전은 기록도 중요하지만 시상대에 서는 것도 중요하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겠다.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