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연금개혁법안 공개 후 3개월 만에 입법을 마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법 공포 뒤 첫 대국민 연설에서 직장,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가지 추가 개혁 방침을 밝히며 “국경일인 7월 14일까지 첫 번째 성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법에 반발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오히려 신규 개혁의 달성 시점까지 못 박으며 ‘개혁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주 69시간’ 논란 등에 가로막혀 개혁 논의가 진전이 없는 한국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100일간 프랑스 위한 개혁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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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혁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추가 개혁을 띄운 데 대해 “움직이지 않는 것도,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개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직장 생활에 대한 새로운 협약’을 중심으로 근로 여건 개혁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임금, 경력 설계, 근무 조건, 노인 고용, 전문 재교육에 대한 개혁이 이에 포함된다. 그는 이를 통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면 연금개혁에 강하게 반발 중인 노동조합을 다독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월 국가재건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연합과 새로운 동맹을 이루기 위해 선출직 공무원과 정치인들, 노조에 국가재건위 구성을 요청할 것”이라며 “집권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행동력에 의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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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분노 이해하지만 필요한 개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연금 개혁과 관련해 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동안 리옹에서 시위대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고 있다. 2023.04.18. [리옹=AP/뉴시스]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며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정치인들과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원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Nupes)의 주축인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글을 올렸다.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한 8개 주요 노조는 노동절인 5월 1일 프랑스 전역 파업을 예고했고, 이에 앞서 철도 관련 4개 노조는 그 준비 단계로 27일을 ‘철도 분노 표출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