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제공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양 손에 다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내놓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전 영화 ‘파벨만스’로 돌아왔다. 영화는 그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렸다. 그는 촬영 내내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영화는 어린 새미(마테오 조리안)가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아빠 버트(폴 다노)와 함께 처음 극장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첫 영화 경험이라고 밝혔던 ‘지상 최대의 쇼’(1952년)다. 기차가 화면을 뚫고 지나가며 자동차와 충돌하는 장면은 새미의 뇌리에 충격적일 만큼 생생하게 박힌다. 이후 장난감 기차와 아빠의 8㎜ 카메라로 그 장면을 똑같이 재현해낸다. 꼬마 스필버그의 첫 영상 제작이다.
CJ ENM 제공
가족사의 어두운 부분도 가감 없이 영화에 담았다. 새미는 가족 캠핑 촬영 영상을 편집하다가 아빠의 동료이자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 베니(세스 로건)와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장면을 빼놓고 아름답게 캠핑 영상을 만들어내지만 엄마에 대한 애증으로 영화 제작에 대한 열의를 잃어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발견한 베니와 엄마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엄마에게 보여준다. 이후 새미의 가족들은 베니와 먼 캘리포니아로 이사하지만, 엄마는 가족들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거장 스필버그 감독에게도 이 영화는 각별하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 영화로 작품상·감독상을 받고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여서 영화화 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인정했다. “이것을 영화화하기로 한 결정은 내가 넘어야 할 선 중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고도 했다. 어린시절 겪은 부모님의 이혼과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엄마에 대한 뒤엉킨 사랑과 원망 등이 영화에 잘 드러난다. 그는 이 이야기를 60년 넘게 아버지나 여동생과 나누지 않고 엄마와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했다고 한다.
CJ ENM 제공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스필버그 감독은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새미 역에 누구를 캐스팅할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캐스팅에 앞서) 내가 과연 나를 얼마나 잘 아는지 스스로 질문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미 역의 신예 가브리엘 라벨은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냈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