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보안업체에 해킹시연 의뢰 IP주소 넣자 촬영 영상 금세 띄워 사생활 등 해킹에 무방비 노출 우려 “비번 특수기호 넣고 주기적 교체를”
“해킹 시작하겠습니다.”
국내 보안업체 A사 직원들은 이 같은 말과 함께 동아일보 취재진이 가져간 인터넷 카메라(IP캠) 해킹을 시도했다. 그런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IP캠이 촬영 중인 사무실 벽면 영상이 직원들 노트북에 나타났다. 이들은 IP캠이 연결된 인터넷주소(IP주소)와 기기 제조사 정보만 알고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 등에서 촬영된 IP캠 영상이 외부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아파트 월패드 홈네트워크 시스템 등 인터넷과 연결된 IP캠 장비의 보안 취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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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와 패스워드 리스트 공유”
보안업계에 따르면 IP캠 해킹의 첫 단계는 IP주소 12자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국가별, 지역별로 특정 IP주소가 지정돼 있어 해킹 타깃을 정하면 주소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어느 정도 범위가 좁혀지면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나머지 숫자를 넣으며 IP캠을 찾아낸다. 해킹툴을 사용하면 IP캠과 연결된 IP를 특정해준다.
IP캠을 찾을 때 어느 제조사 제품을 찾을지도 정할 수 있다. 제조사를 파악하면 공장에서 출고될 당시 초기 비밀번호 ‘12345’ ‘qwer’ 등을 입력하며 해킹을 시도한다. 기기 설치 후 비밀번호를 사용자들이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해커들 사이에선 IP캠 제조사와 제품별 기본 패스워드를 모아놓은 리스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해커들은 IP캠을 해킹한 후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에는 해킹된 IP캠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 “CCTV 비해 저렴하지만 보안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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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IP캠 등 사물인터넷(IOT) 보안 취약점 관련 신고 건수는 2020년 141건에서 2022년 333건으로 급증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 가운데 부재 중 반려동물 관찰용 펫캠 등이 유행하는데 보안 측면에서 굉장히 취약하다”며 “영상 암호화 기능을 갖춘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고 의료기관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곳은 처음부터 IP캠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비밀번호에 특수기호나 숫자 등을 섞으면 해킹이 쉽지 않다. 특수기호와 숫자를 조합해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게 좋으며 최소한 초기 비밀번호는 받는 즉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