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2023.3.2/뉴스1
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생산 설비 인수를 추진한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제3지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 중 한 곳이다. 특히 중국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전쟁 리스크로 러시아 시장마저 잃은 현대차그룹에게는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현대차 인도법인은 GM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위해 ‘주요 조건 거래서(텀 시트·term sheet)’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텀 시트는 투자를 위한 초기 단계에 작성하는 서류다. 부지, 건물, 생산 시설 등 투자 대상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담으며, 거래하는 양측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접근한 뒤에 작성된다.
광고 로드중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탈레가온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자동차 13만 대, 엔진 16만 개로 알려져 있다. 인수 계약이 마무리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생산 능력은 산술적으로 80만 대 중반으로 높아진다.
현대차 측은 “인수를 위한 초기 논의 단계이며, 가계약 상태도 아니다”고 밝혔다. 인수를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 절차는 물론, 협약 당사자 간 여러 조건을 맞춰야 한다. 다만 인수를 염두에 두고 협약을 맺은 만큼, 첫 단추는 끼운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연내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도 현지 매체 등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해 ‘아이오닉5’ 등 전기차 생산 라인을 가동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라인 추가 확보에 나선 건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시장에서 공급 능력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도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472만5000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 러시아 시장을 내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인도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55만 대 수준이던 현대차그룹의 인도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81만 대로 늘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월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가 5만106대, 기아는 2만8634대로, 양사 합산 판매량은 7만8740대였다. 이전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은 2020년 10월의 7만7626대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시장점유율(22.6%)은 일본 스즈키와 인도 마루티의 합작 브랜드인 마루티(42.2%)에 이어 2위다.
광고 로드중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