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장악한 유럽 최대 원전, 화재로 전력 끊겨 냉각시스템 멈춰 과열로 폭발땐 체르노빌 피해 10배… 다행히 비상전력 가동돼 참사 막아 원전 주변 교전… 핵재앙 위기 커져 바이든 “러 원전통제권 넘겨야” 압박
22일(현지 시각) 촬영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외벽에 ‘3번(원자로)’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인다. 자포리자=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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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25일(현지 시간) 한때 원자로에 전력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다. 다행히 예비 전력이 가동됐지만 유럽에서 핵 재앙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하면 ‘체르노빌 참사’의 10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는 원전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줘야 한다”며 압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83일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 중 가동 중인 2기에 전력 공급이 한때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24일 원전 옆에 있는 자포리자 화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원전을 연결하는 송전선까지 불에 타 끊어졌다.
원전과 외부를 연결하는 고압 송전선은 총 4개였는데 3개는 전쟁 초기 파손됐고, 이번 화재로 마지막 남은 것마저 파괴돼 원전을 가동시킬 전력을 외부에서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에네르호다르 측은 “침략자(러시아군)들이 원전을 전력망에서 분리시켰다”며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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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누출 공포가 커지자 원전 직원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 전만 해도 1만1000여 명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10∼15%가량만 남았다. 한 직원은 “최근 보름간 동료들이 겁에 질려 미친 듯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연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자포리자 원전이 멈췄다. 세계는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한다”며 “러시아가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방사능 재앙 직전까지 몰고 갔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전문가들을 자포리자 원전에 긴급 파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초 전에 IAEA 사찰단 파견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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