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에 입문한 후 ‘자전거 덕후’가 됐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 결과 11개월 만에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을 모두 잡아 건강을 되찾았다. 최 교수가 경희대 교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랬던 최 교수가 요즘은 자전거 타기에 푹 빠져 산다.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을 잡았다. 페달을 밟다가 문득 새로운 미숙아 치료법이나 검사법이 떠오른다. 동시에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자전거에 입문한 지 11개월.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입문 한 달 만에 자전거 출퇴근 도전
최 교수는 세 아들의 아빠다. 휴일에는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다. 숙제를 독려하고 잘 마쳤는지도 검사한다. 지난해 8월의 어느 휴일이었다. 아이들의 숙제를 체크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휴일에도 공부만 할까? 함께 야외 활동을 하면 머리도 식히고 좋을 텐데….’ 뭔가 해 보자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그 무렵 최 교수 주변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아파트 윗집 아저씨까지 자전거를 권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자전거가 좋다고 했다. 곧바로 마트로 가서 저렴한 자전거 두 대를 샀다.
자전거를 탄 지 한 달여. 최 교수는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하기로 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직선거리로 3.7㎞다. 버스는 우회하기 때문에 40~50분 정도 걸리지만 자전거로 정릉천변을 가로지르면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쇠뿔도 단김에 빼겠다며 곧바로 자전거 출퇴근에 돌입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 보니 농촌에 살던 중학 시절 자전거로 등교하던 때가 떠올랐다. 추억하기 또한 새로운 재미였다. 최 교수는 “당시 앞으로 자전거에 푹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두 달 만에 ‘자전거 덕후’가 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 많이, 더 능숙하게 타 보고 싶은 욕심도 커졌다. 우선 주행 거리를 늘렸다. 퇴근길을 우회해 7.5㎞ 코스로 늘렸고, 30분에 주파했다. 이게 익숙해지자 25㎞, 40㎞ 코스도 만들었다. 25㎞ 코스는 1시간, 40㎞ 코스는 2시간이 소요됐다.
겨울이 다가오자 걱정거리가 생겼다. ‘강추위가 닥치고 눈이 오면 자전거를 못 타는 게 아닐까?’ 처음엔 무시했다. 영하 6도의 날씨에 손발이 엄청 시렸는데도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하지만 겨울 내내 무모하게 자전거를 탈 수는 없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최 교수는 8월에는 병원 내 자전거 동호회 CBC(Complete Bicycle Club) 회원들과 전국 자전거 대회에 참가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토 종주도 염두에 두고 있다. 50대 중반부터는 자전거 캠핑을 시작하고, 60대가 되기 전 스위스 알프스에서 열리는 대형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틈만 나면 자전거 탈 궁리만 하는 최 교수이지만 ‘휴일 자전거 금지’ 원칙은 반드시 지킨단다. “휴일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아내가 무척 싫어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주말엔 쉬어야죠.”
● 11개월 만에 ‘건강지표’ 다 좋아져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 결과 갈수록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잘 때는 천장이 무너져라 코를 골았다. 체중은 75㎏을 넘겼다. 쉴 때도 심박수가 1분에 90회를 넘겼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빠르면 부정맥과 심근경색의 우려가 높다. 혈압과 혈당 수치도 모두 높았다. 사실상 초기 고혈압-당뇨 환자였던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라며 무시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 달 만에 3㎏이 줄었다. 심박수도 80대로 떨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였다. 그 덕분에 건강관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몸도 가뿐해졌다. 일단 코를 덜 골고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졌다. 수면 품질이 좋아지니 저절로 오전 5시 반에 눈을 떴다. 묵직하던 머리는 개운해졌다. 최 교수는 “자전거 출퇴근만으로 거둔 성과다. 누구든 운동을 시작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자전거 ‘제대로’ 타려면 이렇게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전거 타기는 중년 이후에도 건강을 챙기는 데 좋은 운동”이라며 도전할 것을 권했다. 다만 건강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재미를 느껴야 한다. 억지로 하는 운동은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타기’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할까.
최용성 교수가 자전거를 타기 전에 하체 위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둘째, 효과를 더 내려면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최 교수는 매주 150㎞ 타기와 경사가 더 가파른 곳을 찾아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세웠으면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된다. 매일 목표를 이행했는지, 페달 밟는 속도는 얼마나 빨라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런 목표 달성이 새로운 동기 부여 요소로 작용해 다시 목표를 상향하게 된다”고 말했다.
셋째,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탄다. 팀을 꾸려서 자전거를 타라는 이야기다. 최 교수도 실제로 병원 내 자전거 팀인 CBC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룹 라이딩을 하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운동 실력이 좋아진다. 라이딩의 재미도 배가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기 때문에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싫증을 덜 느끼게 되는 것도 장점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