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이어 ‘서른의 반격’ 선정,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서 쓴 글… ” 작년 8월 쇼덴샤서 번역돼 출간… 출판계 “日에 고정 팬 형성 의미” 기존 작품 ‘프리즘’도 번역 예정
‘서른의 반격’(왼쪽)과 ‘아몬드’ 책 표지.
손원평(사진)의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이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 선정됐다. 2020년 장편소설 ‘아몬드’(창비)에 이어 2년 만에 손원평이 일본 출판계의 권위 있는 상을 다시 받은 것이다.
2004년 만들어진 일본 서점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독자 반응을 감안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서점대상, 발굴 부문, 번역소설 부문, 논픽션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번역소설 부문에 아시아 소설이 선정된 건 ‘아몬드’가 처음이었다.
손원평은 6일 수상 소감을 통해 “‘서른의 반격’을 쓸 당시 몹시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었다”며 “제가 하는 일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졌고 때로는 억울함이 밀려왔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순간을 잊지 않고 겸허하게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이 세계를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전 세계에도 당시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분투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출판계는 한국 문학이 일본 출판계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11월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K-BOOK 페스티벌 2021’이 일본 전국 51개 서점과 온라인에서 열려 성황을 이뤘다. ‘아몬드’는 10만 부,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15만 부가 일본에서 각각 팔렸다. 한일 여성의 우정을 다룬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문학동네)와 정세랑의 연작소설집 ‘피프티 피플’(창비)도 일본 출판계에서 반응이 좋다.
현재는 일본에 한국 소설과 에세이가 주로 소개되고 있지만 시, 인문, 논픽션으로 분야가 차츰 확장되는 양상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최근 젊은 작가들이 동아시아 독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뤄 일본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드라마, 영화, 웹툰 등 한국 콘텐츠가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