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암 산림청장이 13일 오전 경북 울진 대형산불 현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울진 대형산불의 주불 진화 완료를 발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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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사투(死鬪)가 대략 마무리된 듯 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에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되겠습니다.”
13일 오전 9시 경북 울진군에 마련된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 최병암 산림청장(사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안도의 모습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 모습 뒤에는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 그리고 ‘산 사람들’과 피해민들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녹아 있는 듯 했다.
최 청장은 ‘산사람’이다.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곧바로 산림청에 들어와 산림정책과장, 산림이용국장, 산림보호국장, 기획조정관과 산림청 차장(2020년 2월)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3월 곧바로 산림청장 자리에 오른 산림청 내부 청장 중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그만큼 평생을 ‘산’과 살아온 공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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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17분경 경북 울진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그는 1시간 20분만인 오후 12시 35분 산불 2단계를 발령하고 지체 없이 경북 울진으로 달려갔다. 건조한 날씨와 바람 등을 고려할 때 예사롭지 않게 판단한 것으로 산 사람으로서의 ‘촉’이 작용했던 셈이다. 산불이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 2㎞ 전방까지 확산되자 다음 날인 5일 오후 5시 브리핑에서 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후 13일 오전 9시 울진 지역 응봉산의 주불 전화를 완료했다고 발표하기까지 그는 모두 20여 차례 공식 브리핑을 했다. 지휘 헬기에 탑승한 것만도 모두 6차례. 대부분의 식사는 현장으로 지원 나온 관계자, 자원봉사자, 동네 부녀회를 격려하는 자리를 겸해서 해결했다. 그나마 이는 다행이었다. 김밥과 라면으로 해결하거나 산불이 강풍방향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등 심상치 않을 때에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잠도 하루 3시간 이내로 줄여야 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현장대책본부에서 야간에 투입된 인력과 다음날 진화계획을 점검해야 했다. 취침 장소를 10분 거리에 정하긴 했으나 밤새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응답하고 오전 7시에 열리는 유관기관 현장대책회의를 주재해야 했다. 산불확산과 진화 현황을 묻는 관계기관과 언론사 전화문의에 대해서도 일일이 직접 응대하기도 했다.
최 청장은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은 너무 큰 부담이기도 했다”며 “금강송은 우리 민족의 혼이자 기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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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모처럼 대전청사로 출근한 최 청장은 “가뭄 지속 등 대자연의 경고인 기후위기에 겸허하되 이에 감당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반드시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