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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빚어진 대혼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일한 대응이 초래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확진자 폭증세가 예고됐는데도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 규모와 1인당 투표시간 예측 실패를 비롯해 홍보 부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 투표 관리를 드러냈다.
●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정면 위반”
논란의 핵심은 확진·격리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5일 오후 5시부터 확진·격리자들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확진자 임시기표소를 마련하고도 정작 확진자의 투표용지는 투표사무원이 받아서 투표함에 대신 넣게 한 조치가 문제를 일으킨 것. 특히 확진자가 투표한 투표용지가 들어있는 임시기표소 봉투를 밀봉하지 않은 채 제각각 택배 상자, 쇼핑백, 플라스틱 바구니, 비닐봉지 등에 담으면서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2월 25일 투표대책을 발표하면서 “임시 기표소는 확진자와 격리자별로 동선을 분리해 각각 설치한다”라고만 했을 뿐 확진·격리자의 경우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51조 2항 ‘하나의 선거에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는 6일 오전 낸 입장문에서도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선거일 자가격리자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며 “높은 참여 열기와 투표관리 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인해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 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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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랴부랴 대안 만들겠다는 선관위
중앙선관위가 확진·격리자 투표 인원을 투표소 1곳 당 20명 수준, 투표 시간은 1명당 5분 씩으로 전혀 잘못 예측한 점도 사태를 키웠다.
지난달 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폭증세에 대한 우려를 집중 제기했다. 그런데도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저희가 수치적으로 정밀하게 또 (계산)해 봤다”고 주장하며 “(서울의 경우 확진·격리자 유권자가) 많은 곳은 40명까지 방역당국과 협의해 대기 장소, 동선 등을 분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앙선관위의 오판 탓에 5일 사전투표에 나섰던 확진자들이 1~2시간씩 추위에 떨며 대기하고 투표장에서 쓰러져 병원에 옮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확진자·격리자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으로 어떻게 옮길지도 논의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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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강한 질타 속에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현안보고에서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련) 2안을 만들어서 내일 10시 선관위 긴급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안 보고에서 여야는 본투표 당일(9일)엔 확진자 투표가 오후 6시부터라 동선이 분리되는 만큼 임시기표소를 없애고 기존 투표소를 활용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투표함 이용 방침이 최종 확정될 경우 9일 확진·격리자도 직접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