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력 높았던 델타 변이와 달리 면역회피 방식 택해 재감염 늘려 계절성 인플루엔자 진화와 비슷… 독감처럼 대응 가능해질 수 있지만 저소득 국가서 백신 공급 잘 안돼… 다시 새로운 변이 나올 수도 있어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된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자원봉사자가 스쿨버스에 탑승하는 학생들에게 손 소독제를 나눠주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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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해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음에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과학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초기만 해도 전파력은 크지만 독성이 낮아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았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 등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 급증으로 입원 환자가 늘어나 의료 대응 체계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예측하는 데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과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 회피력의 절충점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나 다른 호흡기바이러스의 진화와 유사한 방향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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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력과 면역 회피 균형점 찾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진화를 두 가지 관점에서 추적한다. 하나는 전파력과 전염성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숙주의 면역 반응을 극복하는 것이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는 먼저 전염성과 감염성을 높인다. 초기에는 인간 숙주에게 면역이 없기 때문에 면역을 회피할 필요가 없고 바이러스가 면역 회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진행한 바이러스 유전체(게놈)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절반 수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변이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는 전파력이 약 50% 커졌다. 전파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웬디 바클리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바이러스학)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결국 전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적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알파 변이와 함께 주요 변이로 지정한 베타 변이와 감마 변이는 또 달랐다. 기존보다 높아진 전파력 외에도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중화항체의 효능을 약화시키는 변이가 포함된 것이다. 이는 전파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쪽으로 진화한 기존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패턴이다. 수십 년간 인간에게 적응한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 4종은 가벼운 감기를 유발한다.
하지만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약 60% 높은 델타 변이가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면역 회피보다는 전파력을 키운 또 다른 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는 수개월간 전 세계에서 급증하면서 우세종이 됐다.
그러다 올 11월 말 전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약 30개의 변이가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된 적이 있거나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이 생긴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등 면역 회피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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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특성 판단 일러… 전혀 새로운 진화 가능성도
트레버 베드퍼드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진화생물학 연구원은 “입원과 사망률을 높이는 데 오미크론 변이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독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입증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다른 호흡기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처럼 면역 회피 시나리오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화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인플루엔자처럼 매년 유행하는 변이를 예측하고 백신을 제조해 접종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의 백신 공급 불균형 등으로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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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