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듯 말하고 부스터샷(추가 접종)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은 부스터샷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한 행사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자 청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20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남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비공개 집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폭스뉴스 진행자인 보수 성향 방송인 빌 오라일리가 “당신은 부스터샷을 맞았나”라고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들은 청중들은 야유를 쏟아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만, 그만. (야유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뿐”이라며 야유를 중단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나한테는 부스터샷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생각이 확고하다”며 부스터샷을 거부한다는 듯 말했다. 3월 전직 대통령들이 모여 백신 접종 캠페인 광고를 찍는 행사에도 불참했다. 8월에는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행사에서 자신의 임기 중 백신이 개발됐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우리는 수 천 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백신이 없었다면 ‘스페인 독감’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1918년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2년 간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