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모 씨(63)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음식을 주문했다. 집에서 두 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도 배웠다. 김 씨는 “예전엔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는 게 미심쩍었지만 막상 써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덩치를 키운 온라인 시장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청소, 세탁서비스는 물론이고 속옷, 취미용품 등을 온라인으로 ‘정기구독’하는 중장년 소비자도 늘고 있다.
● 50, 60대 배달 앱·간편결제 눈떠
4일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는 2019~2020년 하나카드의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내용의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던 배달 앱과 간편결제 시장에서 중장년층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배달 앱 결제금액 증가율은 40대(142%), 50대(163%), 60대 이상(142%)이 모두 100%를 웃돌았다. 간편결제 서비스도 40대(189%), 50대(255%), 60대 이상(350%)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코로나19로 억눌렀던 소비를 명품, 패션 등에 쓰며 ‘보복소비’에 나섰다. 지난해 온라인 명품 결제금액의 65%를 2030세대가 차지했다. 20, 30대의 명품 결제금액이 1년 새 각각 80%, 75% 급증한 결과다.
동시에 MZ세대는 중고거래를 통한 알뜰 소비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온라인 중고거래 결제의 61%가 20, 30대에서 이뤄졌다. 20대의 증가율이 68%로 가장 높았다.
● 30, 40대 전기차·집안일도 온라인 구매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공연장 등이 문을 닫으면서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여가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해 OTT 결제금액은 10대(124%)부터 60대 이상(166%)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100% 이상 늘었다. 구독료를 내면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정기구독 결제금액은 지난해 30% 늘었다. 속옷(665.7%), 취미용품(349.1%), 꽃(16.3%) 면도용품(32.5%) 등 정기구독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박상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분야별로 전문 플랫폼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소비의 편리함을 경험한 만큼 코로나19가 끝나도 중장년층의 온라인 결제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