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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이유 없는 야근 강요-휴가 반려, 회사에 시정조치 요구해야

입력 | 2021-07-20 03:00:00

[2021 노동잡학사전]〈9〉직장 내 괴롭힘



게티이미지코리아


직장인 김영훈(가명) 씨는 팀장이 최근 들어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합니다. 업무가 많다며 자신에게 야근과 잔업을 강요하는 날이 부쩍 늘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정시 퇴근이라도 하면 눈치를 주기 일쑤입니다.

김 씨는 결국 잦은 초과 근무로 몸 상태가 나빠져 휴가를 냈습니다. 하지만 팀장은 “일이 많다”며 반려 처리했습니다. 김 씨는 이런 팀장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 궁금합니다.

○ 특정인 ‘야근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 시행 2년을 맞았습니다. 이 법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모두 처벌받는 금지 대상입니다. 하지만 시행 2년이 지나도 무엇이 괴롭힘인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김 씨 사례를 볼까요. 만약 팀장이 김 씨 한 명만 찍어 야근과 잔업을 강요했다면 괴롭힘에 해당됩니다. 반면 전반적인 팀 내 업무량이 늘어 모든 팀원이 야근과 잔업을 하고 있다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또 상사 입장에서 일을 잘하는 김 씨가 적임자라고 판단해 그에게만 일을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괴롭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이런 사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이유 없이 반려하는 행동은 명백히 법 위반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됩니다. 다만 회사는 특정 근로자의 휴가로 사업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면, 해당 근로자에게 휴가 시기 변경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휴가 반려가 업무상 필요 범위에 해당하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특정 근로자만 빨리 출근하는 건 어떨까요. 대기업 홍보 업무를 맡은 A 씨는 부장 지시로 매일 아침 30분씩 일찍 출근합니다.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경우 부당한 지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팀장이 후배가 제출한 보고서를 여러 차례 돌려보내면서 보완을 지시한 것 역시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 해당됩니다. 이것만으로는 괴롭힘으로 보기 어려운 거죠. 다만 이 과정에서 욕설을 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상사가 퇴근 이후 밤이나 주말에 시도 때도 없이 ‘단체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고 자신의 신변잡기를 토로합니다. 응답을 하지 않으면 은근히 눈치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 역시 괴롭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업무와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 데다 부하 직원들을 괴롭게 할 뿐이니 말이죠. 회식을 강요하거나 사적인 일을 시키는 일도 ‘갑질’입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등 따돌린다면 이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됩니다.

○ 조사 안 하면 회사도 과태료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방고용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요’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괴롭힘에 대해 사업주가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법이죠. 이 때문에 피해자는 우선 회사에 괴롭힘 사실을 신고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신고 접수 이후에도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때 지방고용청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안 뒤 그냥 넘어가도 규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회사가 조사를 소홀히 하거나 피해 근로자 보호 및 가해 근로자 징계를 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한 결과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반발하는 근로자는 지방고용청에 진정을 낼 수 있습니다. 지방고용청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면, 정부는 행정조치를 통해 사측에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징계를 요구합니다. 다만 회사의 잘못된 조사 결과에 대해서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만약 사장 및 사장 친인척이 직장 괴롭힘 가해자라면 회사에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는 지방고용청에 바로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괴롭힘이 사실일 경우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 역시 10월부터 시행됩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