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의 대화제안 일단 거부 성김 “제재 손댈 생각 없다” 맞불…‘한미워킹그룹 종료’ 韓美 이견도
이날 담화가 공개되기 전 외교부는 김여정이 지난해 6월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했던 한미 워킹그룹을 2018년 11월 개설한 지 2년 7개월 만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종료가 아니라 재조정”이라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그룹은 남북협력 사업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외교부-미 국무부 간 협의체다.
김여정 “美, 꿈보다 해몽” 비난담화에… 성김 “제재 그대로” 맞불
北 ‘적대정책 철회 우선’ 美압박…美도 곧바로 “양보없다” 강조당분간 대화 조건 줄다리기 예고
성김 “한미 워킹그룹 재조정 합의”…‘종료’ 강조한 외교부와 시각차
방한 중인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22일 오후 4시부터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등 중도보수 성향의 전직 외교관 및 학자 6명을 만났다. 이날 낮 12시경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를 일축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가 나온 지 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광고 로드중
○ 성 김 “대북제재 손댈 생각 없다”
文대통령 “북-미 관계 개선 성공하길”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2일 청와대에서 방한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 정부가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에 한미가 공감한다고 강조하는 것과는 온도차를 보인 것.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하는 김 대표가 ‘대북제재 해제를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쓸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대화 재개 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한은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을 가리키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고수하며 미국에 양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화 복귀를 기대했던 정부는 김여정 담화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장을 낼 여유가 없다”고 했다. 통일부도 “정부가 논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담화가 나온 뒤 문재인 대통령은 방한 중인 김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 개선에 성공을 거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 韓은 “워킹그룹 종료” 美 “종료 아니고 재조정”
특히 김 대표는 학자들과의 만남에서 외교부가 이날 오전 한미 워킹그룹을 2년 7개월 만에 종료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가 워킹그룹의 “종료(termination)”라는 표현을 쓰자 김 대표가 “종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조정(readjustment)하는 것으로 (한국과) 합의했다”는 취지로 정정했다는 것. 광고 로드중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대북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하면서 “북한의 정책이 미국 국가안보와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임기 말 정부가 남북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려 워킹그룹 종료를 강조하다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