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ESG 경영’ 바람 확산
‘버려진 비닐봉지를 석유로.’
SK그룹이 최근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방침에 따라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폐비닐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이 폐비닐 석유 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종합화학이 지분 투자에 나선 국내 폐비닐 석유 기업 에코크리에이션의 공정 모습. 에코크리에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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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말에는 SKC와 SK피아이씨글로벌이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폐비닐 석유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 간쿄에네르기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과자, 라면 봉지 등 버려진 비닐봉지는 페트병과 달리 그간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폐비닐 석유가 성장성과 친환경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루 평균 국내에서 방출되는 폐비닐은 약 950t에 이르는데, 현재 기술로는 비닐봉지 1t당 석유제품 약 500L를 뽑아낼 수 있다. 향후 정제 수준이 높아지면 플라스틱 원료로의 추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뿐 아니라 버려진 비닐봉지, 페트병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은 효성, 롯데의 주요 화학 계열사로 확산되는 추세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최근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친환경 섬유 소재인 ‘리젠’을 개발한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완성품 패션 시장에도 진출했다. 조 회장은 올 초 “리젠 프로젝트가 국내 친환경 재활용 섬유 시장의 모범적인 표준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전사적인 친환경 시장 저변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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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던 석유화학 기업들이 ESG 경영의 실험 무대가 되고 있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탄소 제로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