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30개 동맹국들이 1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 등에 맞설 대응방안을 협의한다. 나토 정상들은 새로운 안보 이니셔티브 구축에 합의하고, 공동성명에는 중국 관련 내용을 어느 때보다 강한 톤으로 담을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주요7개국(G7)에 이어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까지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대중 견제 전선의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은 ‘공동의 적’
‘나토가 중국 대응에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의 안보 도전과 관련된 정보 공유 △핵을 비롯한 전투 역량에서 점점 정교해지는 중국의 기술 발전 대응 △민주적 가치의 장으로써 나토의 역할 등 세 가지를 들었다. 나토 동맹의 기본인 군사, 안보 협력은 물론 민주주의 회원국들의 연대를 앞세워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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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자료에서 나토와 다른 동맹 및 지역 파트너들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유럽연합(EU)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나토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대상국으로 한국을 호주, 일본, 뉴질랜드와 함께 명시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대중 압박 동참 요구가 유럽을 포함해 더 광범위하게 들어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나토 수장도 대중 발언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캐나다 공영 C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점점 공격적이 돼가는 중국에 대응하는 공동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홍콩과 신장 위구르, 통신 기술을 이용한 국민 감시 등 문제점을 나열했다. “이것이 나토가 중국 관련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투입하고, 새로운 군수물자 확보에도 거액을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토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흔들었던 ‘대서양 동맹’ 복원 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관세 인상 등의 방식으로 돈을 받아내겠다고 윽박질렀다. 나토의 핵심 멤버인 독일에 대해서는 방위비 ‘채무 불이행’ 상태라는 이유로 주독미군의 3분의 1인 1만2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동맹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시리아 북동부 지역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 등으로도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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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이후에 개최되는 것으로, 유럽 및 중동의 안보지형 변화 및 대응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군대운용 분야의 공동 자금지원을 비롯해 나토가 중기적으로 현대화해야 하는 9개 분야를 설정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회원국들은 이밖에 기술 협력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안보행동계획’에도 합의할 예정. 나토 개혁방안을 담은 ‘나토2030’에 대한 합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