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영 초대전, 내달 6일까지
멕시코의 오팔 광산을 그린 ‘추억의 산’(왼쪽 사진). 오팔이 바다처럼 펼쳐진 풍경을 상상했다. 깊은 바다의 단면과 반짝이는 물결을 표현한 ‘찬란한 수평선’. 최아영 작가 제공
화가 최아영 씨(73)가 꾸준히 화폭에 담아낸 바다와 산의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일조원갤러리에서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최아영 초대전’에서 22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에서 14일 만난 최 작가는 “바다와 산은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오묘한 색깔과 무늬, 질감은 편안한 데다 볼 때마다 새로워 작업을 하는 그 모든 순간에 큰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바다의 깊은 단면을 잘라내 보여준다. 바다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본 경험이 강렬하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물결의 층을 조금씩 변화하는 색채와 다른 두께의 미세한 무늬로 정밀하게 묘사한 그의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신비롭다.
광고 로드중
바다 표면의 반짝임, 일렁이는 물결 등을 표현하기 위해 진주구슬, 유리 조각, 색깔 있는 철사도 활용한다. 짙푸른 파란색이 특히 눈길을 끄는 ‘찬란한 수평선’에는 이런 작업 방식이 도드라진다.
웅장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또렷한 경계 없이 여러 색과 모양이 물결치듯 이어진다. 늦가을의 갈대, 산속의 나무는 명확한 형체가 아니라 보일 듯 말 듯 조용하게 자리를 지킨다. 반추상화 같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노르웨이 피오르가 지닌 역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바다와 산에 갈 때면 간단히 스케치를 합니다. 같은 풍경을 여러 번 그리기도 하는데 매번 스스로 놀랄 정도로 다르게 표현되더라고요. 작업을 할 때의 감정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그는 자연이 선사하는 한없는 자유로움과 변화, 도도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에 매료된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