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창구 모습. © News1
금융권에선 주식시장의 박스권 조정이 길어지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4차 재난지원금까지 지급돼 갈 곳 없는 대기성 자금이 파킹통장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이 회복되면 투자자가 언제든 재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돈의 흐름(머니무브)이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3월 말 기준 656조4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638조2397억원)보다 18조2442억원(2.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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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선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원인으로 증시 영향을 꼽는다. 연초까지 활황세를 지속하던 주식시장이 3000선 내외에서 박스권 조정 흐름을 이어가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한 뒤 돈을 은행에 잠시 넣어두고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과 비교해 38% 줄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도 올해 초엔 70조원을 넘었으나, 지난달 말엔 62조원대로 떨어졌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은행권 신용대출의 증가세도 주춤해졌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월말 135조2400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1조6000억원 급증했으나, 2월엔 135조1844억원으로 556억원 줄었고 3월엔 135조3877억원으로 203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다. 분기 말엔 기업들의 결제대금이 입금되는 시기다. 여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 빠져나갔던 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고, 최근 지급된 4차 재난지원금도 일부 입금되면서 요구불예금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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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정기예·적금 금리는 바닥을 기고 있어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일단 통장에 돈을 넣어두고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주 청약에 계속 거액의 돈이 몰리는 것을 보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여 시장의 흐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