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과천=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다음날인 5일 현직 검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살려주십시오”라며 읍소하는 형식의 글을 올려 비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노산(37·사법연수원 42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었던 박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과 관련해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한 번 해보라”고 해 논란이 된 사건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소인은 여지껏 검찰개혁, 검찰개혁 말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바람직한 검사가 마땅히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장관님의 뜻을 들은 바가 없사와, 이렇게 장관님의 명을 경청하고 받들어 비천한 목숨이라도 연명하고자 키보드를 들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관련해 “장관님께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안에 대해 겸임 국회의원으로서 지지를 표명하신바, 검찰의 수사권은 중대범죄 여부를 막론하고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명쾌히 알려주셨다”며 “현재 중대범죄로 취급하여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하여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냐”고 꼬집었다.
또 “저희는 심히 무지한 탓에 범죄가 의심되면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함이 본분인 줄 알았을 뿐 높으신 분들을 수사하면 반역이 된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으니 우매함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이제부터 저희 검찰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낡아빠진 속담이나 ‘범죄 없는 깨끗한 권력’에 대한 허황된 꿈은 버리고 ‘유권무죄 무권유죄’를 저희 검찰의 표어로 삼아 군림하지 않는 겸손한 자세로 작금의 한국적 민주주의를 꽃 피우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희를 명실상부한 검찰개혁의 주체로 인정해주시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직 소인이 헷갈리는 게 남았다. 왜 저번에 만드신 공수처는 수사를 하고 나서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검사는 “글을 올리다 보니 소인의 무지함에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부끄럽다. 미리미리 공부하여 중대범죄 수사도 스스로 금하고, 분수를 알아 높으신 분들의 옥체를 보존하며, 모순되는 행동을 삼갔어야 했건만, 왜 장관님과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을까”라며 “바라건대 장관님의 고매한 뜻을 감추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하명해주시면 저희 검찰, 다시는 거역하지 아니하고 완수하겠나이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글을 마쳤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