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 인터뷰 디즈니 공주론 첫 동남아시아인… 반전 매력 드래곤도 흥미로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와 처음 만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4일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주인공 라야다. 디즈니의 13번째 공주는 여러모로 색다르다. 디즈니가 최초로 내세운 동남아시아인이자, 전투력이 가장 뛰어나다. 제작에 참여한 최영재 애니메이터(51·사진)는 지난달 26일 화상 인터뷰에서 라야를 “디즈니 공주 캐릭터 중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강인한 전사”라고 표현했다. 애니메이터는 컴퓨터그래픽(CG) 캐릭터의 근육과 관절을 조절해 표정과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그는 디즈니에서 14년간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라야는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땅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모험을 펼친다. 라야는 엘사처럼 마법을 부리진 못한다. 책임감 하나로 스스로 무술을 익혔다.
라야와 함께 훌륭한 ‘케미’를 보이는 시수도 흥미로운 캐릭터다. 용이라지만 외형은 뱀에 가깝다. 전설적인 캐릭터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고 때론 지나치게 솔직하다. 센스 넘치는 랩을 선보이기도 하고, 때로 덫에 걸리는 등 실수도 한다. 전지전능해 모든 걸 해결하는 신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똑같이 실수하며 성장해 나가는 반전 매력이 있다.
이는 동남아시아 문화를 고려한 제작진의 의도였다. 시수는 동남아시아 물의 신 ‘나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나가는 몸통이 크고 날개가 있는 서양의 용이 아닌, 길쭉한 몸통을 가졌다. 동양에서 용은 희망과 불굴의 용기를 의미하고, 사람들은 용을 사랑하고 아끼기에 시수는 숭배받는 강력한 존재지만, 용에 대한 기대를 뒤집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최 애니메이터는 “라야가 황량한 풍경, 풍성한 색감으로 가득 찬 배경에서 역동적인 액션을 펼치는 모습이 특히 볼만하다”며 “디즈니는 매 작품 새로운 시도를 하며 도전하기에 즐거운 자극을 받으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