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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뷰]해양바이오 산업의 현재와 미래

입력 | 2020-12-29 03:00:00


김세권 한양대 석좌교수

해양탐사 기술의 발전으로 심해 열수구(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구멍)에서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작은 미생물이 발견됐다. 해수면에서 1650m 깊이에 있는 지점이었다. 일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수소로 전환시키는 이 놀라운 해양 미생물은 바이오수소를 생산한다. 이 미생물은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으로 지난해 11월 준공한 해양바이오 수소플랜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바이오산업은 생물자원의 성분, 기능, 정보 등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유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해양생물을 바이오소재로 활용하는 경우 ‘해양바이오’로 정의한다. 육상 동식물에 대한 바이오소재 연구는 포화 상태로 새로운 바이오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지만 해양생물은 다르다. 지구 생물종의 80%가 해양에 서식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해양생물 연구는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하다. 최근 선진국이나 바다에 인접한 국가들이 해양생물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인지하고 해양바이오 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양바이오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헬스케어 중심의 바이오 시장이 에너지, 화학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수소 플랜트처럼 해양바이오 분야에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식량·환경문제를 해결할 혁신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해양바이오 기술 활용 논의는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5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갯벌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기능 강화가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바다는 육지 면적의 4.5배로 연안의 해조류,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하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또 바이오매스(생물현존량)는 에탄올, 메탄가스, 디젤 등의 에너지원으로 재탄생되거나 식·의약품, 바이오소재, 화학소재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해조류로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거나 해양생물을 활용해 미세플라스틱을 환경에 무해한 성분으로 전환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생물 자원에서 신물질의 산업적 잠재력은 높지만 해양생물 자원에서 발굴된 신물질 중 상품 개발에 최종 성공한 것은 극소수다.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원료의 대량 확보가 해양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표준화된 품질의 소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현재 수중 로봇, 수중 잠수정, 무인 운반선 등 다양한 수중 기술을 개발해서 자동화 바다 목장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해양생물 내 유용성분 함량 자체를 높이는 대량생산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런 연구가 성과를 낸다면 해양바이오 기술의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해양바이오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민간의 기업가 정신이 발휘된다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우리 해양바이오 산업이 국가 동력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세권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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