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당국 전당포 수준” 비판뒤 당국에 소환… 앤트 상장 무기연기 WSJ “국유화 제안하며 용서 빌어” 中, 보험-반도체사 등 잇단 국영화 “시진핑 국유경제 강화 극에 달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윈이 지난달 2일 런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4개 감독기관에 소환됐을 당시 “필요하다면 앤트그룹의 어떤 플랫폼이라도 국가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로 사실상 마윈이 지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정도로 유망한 회사인데,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정부에 국유화를 제안한 것이다.
앞서 10월 24일 마윈은 중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 자리에서 “중국 금융당국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 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가 중국 당국에 소환됐다. 앤트그룹의 IPO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마윈이 회사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로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광고 로드중
또 중국 정부는 최근 미중 갈등 속에서 취약성을 노출한 반도체 회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국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 국립대인 칭화대가 설립한 반도체 회사 칭화유니의 경우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과 함께 중국 최고로 꼽힌다. 그런데 지난달 11일 중국 공산당 서기가 공동회장에 취임해 회사 경영에 전격 참여하기로 정해졌다. 이달 중순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제조) 업체 훙신반도체(HSMC)는 민간 지분을 모두 우한 지방정부 소유 기업에 넘겼다. 세계 5위 반도체 파운드리인 중신인터내셔널(SMIC)과 D램 제조업체인 푸젠진화(JHICC) 모두 국영기업이 최대 주주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 주석의 국유경제 강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국유기업 강화로 미국의 위협을 피해 ‘자립 경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