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연결한 여성들/클레어 L 에반스 지음·조은영 옮김/464쪽·1만6800원·해나무
이런 상황을 불편해한 저자는 과학자와 프로그래머, 사업가를 두루 살펴보면서 초창기 IT 발전에 기여한 여성의 이름이 왜 남지 않았고, 현 업계의 중요한 자리를 남성들이 차지했는지 고찰한다.
과거 컴퓨터라는 단어는 ‘계산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1892년 뉴욕타임스엔 ‘컴퓨터 구합니다’라는 광고가 실렸는데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각종 수학적 계산을 하는 일에는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을 주로 하던 여성이 채용됐다. 기계의 처리 속도를 셀 때 여성이 같은 일을 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 ‘걸이어’(girl-year)로 부르고, 기계 노동 단위를 ‘킬로걸’(kilo-girl)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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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T업계에서 여성이 사라진 이유를 남성의 70% 수준인 임금 구조 때문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육아를 위해 학업이나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하는 사회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거기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여전히 여성은 헌신하지만 기록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