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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술잔에 수면제 탄 20대…“모임 빨리 끝내려” 항변

입력 | 2020-12-13 13:21:00

술잔에 몰래 수면유도제 타서 상해
"술자리 빨리 마치려 그랬다" 항변
1심 "죄질 좋지않아" 벌금 400만원
2심 "변명 수긍 어려워"…항소 기각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여성과의 식사자리에서 술에 수면유도제를 타고 이를 마시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주량이 약해 술자리를 빨리 마치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1심에서는 받아들여졌지만, 항소심은 이 같은 주장을 믿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모(29)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백씨는 지난해 3월 스터디 모임에서 알게 된 피해 여성 A씨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 모인 자리에서 술잔에 수면유도제를 타는 방식으로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사 술집으로 가져갔고,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를 A씨 술잔에 몰래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당시 술집을 운영하던 A씨 지인인 B씨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수면유도제를 탄 술을 조금 마시게 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아는 여성들의 술에 수면유도제를 타서 음용하도록 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행 후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에 그쳐, 주량이 약해 술자리를 빨리 마치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전혀 허무맹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씨 술잔에는 3회에 걸쳐 수면유도제를 타는 등 범행 방법과 내용, 위험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백씨는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씨는 피해자들과의 술자리를 빨리 마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하나, 한 피해자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 구경을 시켜달라고 했던 점에서 백씨의 변명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다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이 신체에 입은 피해가 중하지는 않은 점 등 사정들을 종합할 때 1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뉴시스]